학교 건물 2천4백 곳이 ‘부실공사 견학장’
  • 金芳熙 기자 ()
  • 승인 1995.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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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4백여곳 재건축·보수 시급…예산 확보가 큰 문제
경기도 여주군 가남면 가남국민학교 강태희 교장은 지금도 이 학교에 취임했던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지난해 9월이었다. 취임해서 그가 가장 놀란 것은 학교 건물 곳곳에 금이 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즉시 금이 간 교사 곳곳을 촬영한 후 건물이 위태로우니 조처해 달라고 경기도 교육청에 건의했다. 69년의 전통을 지닌 가남국민학교는 지난 68년에 새 모습으로 단장했다. 학교 건물이 불타 버리자 새 교사를 지은 것이다. 강교장이 취임한 지난해는 건물을 지은 지 27년밖에 안되었는데도 건물이 쩍쩍 갈라져 있었다. 강교장은 “당시 너무 급하게 건물을 짓느라고 부실 시공을 했던 게 틀림없다”고 단정한다.

건물 벽에 생긴 금은 갈라지다 못해 아예 틈새가 벌어져 학생들의 손이 들락거릴 정도이고, 바닥재가 나무로 된 복도는 거의가 들떠 울퉁불퉁하다.

강교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채 안돼 성수대교가 무너지지 않았던들 위험한 학교 건물을 고쳐 보려던 그의 노력은 허사가 됐을지도 모른다. 성수대교 사고가 나자 각 시·도 교육청이 낡은 학교 건물에 대해서도 안전 점검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가남국민학교는 다른 일곱 학교와 더불어 시급히 건물을 철거하지 않으면 사고 위험이 가장 클 곳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말까지 실시된 각 시·도 교육청의 점검 결과, 전국에서 다시 지어야 하는 학교 건물은 1천5백97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단히 손을 봐야 하는 곳이 2천8백여 개에 이르고, 크게 손질해야 하는 건물도 2천4백여 개에 달한다.

각 시·도 교육청이 아주 위험하다고 판단한 42개 학교 건물에 대해서는 정밀 안전 진단을 했다. 그 결과 17개 시설에 대해서는 당장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로써 정밀 안전 진단 대상을 모든 학교로 확대할 경우, 보수나 재시공이 필요한 학교 수가 크게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지적된다.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돈이다. 이들 시설을 손보는 데 드는 예산을 확보하기가 힘든 것이다. 학교 건물을 헐고 다시 짓거나 고치는 데 필요한 비용은 6천억원이 넘는다. 현재까지 교육부가 긴급히 투자한 금액은 총 2천5백억원 정도. 필요한 예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더욱이 이미 투자한 금액도 보수 대상 건물에 집중돼 있고, 건물을 헐고 다시 지어야 하는 학교 건물에 대한 지원은 미미한 편이다. 시·도 교육청의 안전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학교 건물의 위험성을 제기한 김원웅 의원(민주당)은 “각 학교당 5백만~천만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산되는 외부 기관의 정밀 안전진단 비용 예산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에게 철거 이유 설명할 일도 고민거리

가남국민학교의 경우는 상태가 심각한 탓에 도교육청의 전액 지원으로 현재의 교사를 헐고 새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여름방학에 철거가 시작된다. 임시 교실도 이미 마련해 놓았다. 운동장 한켠에 있는 체육관을 교실 8개로 꾸몄고, 마을 노인회관·농업협동조합·면사무소도 임시 교실이 된다. 새 교사가 들어선다고는 하지만, 강태희 교장은 여전히 개운해 하는 눈치가 아니다. “이왕 새로 짓는 거, 전과 달리 튼튼하게나 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강교장에게는 커다란 숙제가 하나 안겨져 있다. 아이들에게 왜 학교 건물을 헐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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