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 TK 장래, JP 응원한다
  • 徐明淑 기자 ()
  • 승인 1995.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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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선거 후 탈당설·물갈이설 무성…‘자민련 득세할수록 입지 유리’ 판단
‘이번 선거가 끝나면 중앙 정치권에 한바탕 격랑이 몰아칠 것이며, 가장 강하게 변화를 강요 받는 정치 세력은 TK를 중심으로 한 민정계일 것이다.’

지방 선거를 눈앞에 둔 정치권의 지배적인 전망이자, 정치권 대부분이 동의하는 가설이다. 이와 관련해 정가에서는 `‘지방 선거 후 TK 탈당설’ ‘`대거 물갈이설’ ‘구 여권 포용설’ 등 꽤나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다. 물론 선거 결과를 알 수 없는 현시점에서 이 모든 시나리오는 시나리오에 그칠 뿐이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현실 자체가 현 정치판의 불안정성과 TK의 불투명한 좌표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민자당내 TK 인사들은 일단 이 지역 선거에 최선을 다해 일정한 성과를 올려야 앞으로 예상되는 정국 변화 속에서 `‘말발을 세울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호용 대구시 선거대책본부 위원장과 강재섭 본부장은 현지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선거를 총지휘하고 있다. 김윤환 정무제1장관도 정부종합청사에서 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로 경북 지역에 머물면서 지역 정서를 달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장관은 “이번 선거 이후에는 TK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나부터도 그냥 좌시하지는 않겠다”는 말로 `‘마지막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중반에 접어든 이 지역의 판세는 당초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대구시장의 경우 무소속 문희갑 후보가 아직까지는 우세한 양상이지만, 민자당 조해녕 후보가 상승세를 보이는 데다 야권 무소속 후보의 난립으로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북도지사의 경우에도 무소속 이판석 후보가 예상보다 저조한 가운데 자민련 박준홍 후보까지 출마함으로써 민자당 이의근 후보에게 훨씬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 민자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이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대구·경북에서 민자당이 대거 침몰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상식처럼 돼 있지만, 보궐선거와는 다소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이다. 두고보라”고 장담했다.

“전국 판도가 더 문제다”

그러나 선거 이후 민자당내 TK의 입지를 좌우하는 것은 비단 이 지역 선거 결과만은 아니다. 전국 판도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집권 여당의 정국 운영 흐름이 좌우되고, 여당내 TK의 입지는 이 큰 흐름 속에서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가 전체적으로 민자당의 승리로 귀결되면, 김영삼 대통령은 민주계 중심의 정국 운영에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내년 총선에 앞서 구 여권 인사 물갈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신감을 얻은 여권 핵심부가 주도하는 물갈이의 폭과 강도는 한층 커질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되면 여권 내에서 TK가 설 자리는 한층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TK를 중심으로 한 대거 탈당과 신당 창당도 오히려 어렵다. 나가보았자 비빌 언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 선거가 민자당 패배로 귀결되면 구 여권 인사를 포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따라서 TK는 여권 내에서 다시 한번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되리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즉 김윤환 정무장관이 지난 4월 운을 뗐던 `‘신주체 형성론’을 여권 지도부가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민자당이 패한 후에도 집권 핵심부가 정국 운영의 틀을 달리하지 않을 경우 TK를 중심으로 한 민정계가 `탈당 카드를 흔들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을 내다본 자민련과 김대중 아태재단 이사장은 내각제 카드로 민자당내 민정계를 유혹하고 있다.

자연히 TK 인사들 사이에는 `‘어쨌든 자민련이 성과를 크게 올려야 한다. 자민련이 주저앉으면 큰일이다’라는 농반진반의 이야기가 오간다. 민자당과 민주당의 우세·열세 지역은 어느 정도 판가름이 나 있는 상황인 만큼, 여당의 승패 여부는 자민련의 바람이 충남권에 머무는 약풍에 그치느냐, 충북·대전·강원까지 휩쓰는 강풍으로 번지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 30년을 이끌어온 TK 출신 정치인들은 이제 자기들 바깥에서 부는 바람에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내맡겨야 하는 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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