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검사는 ‘독종’ 보수파
  • 워싱턴·卞昌燮 편집위원 ()
  • 승인 1998.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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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침례교 목사의 아들 스타 검사, 보수성·윤리 의식으로 ‘무장’
지금 미국 사람들에게 가장 싫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대부분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52)를 꼽는다. 나라의 최고 책임자인 클린턴 대통령의 추잡한 불륜 관계와 위증 혐의를 밝혀낸 ‘공’을 생각하면 가장 좋아하는 사람으로 꼽힐 법한데, 현실은 그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난 4년 동안 4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혈세를 써가며 발표한 것이 고작 개인의 섹스 비리냐는 등 비아냥마저 듣는 처지이다.

스타 검사가 ‘클린턴 죽이기’ 나선 까닭

물론 스타 검사도 대중의 이런 마음을 잘 읽고 있다. 그런데도 기필코 클린턴을 심판대 위에 올려놓겠다는 그의 동기는 무엇일까. 그는 보수와 전통의 뿌리가 아직도 깊숙이 남아 있는 남부 텍사스의 버논이라는 마을에서 침례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말하자면 남부 특유의 보수성과 독실한 윤리 의식이 그의 성장기를 지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대학도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하딩 대학을 다녔으며, 고향을 떠날 때까지 아버지가 설교하던 침례 교회에 꼬박꼬박 다녔다. 나중에 듀크 대학 법대를 나와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유일하게 맡은 공직이 법무차관인데, 그것도 부시 전 대통령의 공화당 보수 정부 때였다.

사회학자인 폴 루브크에 따르면, 남부의 뿌리 깊은 종교적 문화를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고는 왜 스타 검사가 그토록 ‘도덕적으로 타락한’ 클린턴을 탄핵하지 못해 안달인지를 이해할 수 없다. 만일 스타 같은 남부의 도덕주의자 검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특별검사로 임명되었더라면 클린턴을 이 지경까지 끌고오지 않았으리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역사학자인 찰스 윌슨 미시시피 대학 교수도 루브크의 견해와 비슷하다. 스타의 일 처리 방식은 흡사 칼뱅이즘적인 엄격한 도덕률로 무장한 스타의 종교관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스타는 ‘사랑과 이해, 은총’에 더 무게를 둔 신약 정신보다는 좀더 전통주의적인 구약의 세계관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스타는 올해 들어 클린턴 성 추문 수사로 정신없이 바쁘면서도 자신의 보수적인 도덕관을 펼칠 기회가 있으면 그런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그는 지난 5월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열린 변호사협회 연설에서 오늘날 미국인들의 도덕성 결핍을 개탄했다.

95년부터 2년 동안 아칸소 주 스타 특별검사실에서 일했던 에릭 자소 검사도 최근 <뉴욕 타임스>와 가진 회견에서, 스타가 클린턴의 성 관계를 하나하나 까발리게 된 까닭은 무엇보다 클린턴이 르윈스키와의 성관계를 교묘하게 부인했기 때문이라면서, 엄격한 도덕적 윤리관을 가진 스타가 가장 불쾌하게 느꼈던 것도 바로 그 점이었으리라고 말했다. 또 스타 검사의 절친한 친구이자 변호사인 웨인 드링크워터도 “세속적인 검사들 같으면 뭐 그까짓 일을 가지고 난리 법석이냐고 할 테지만, 스타는 다르다. 그의 행동은 확고한 도덕성의 바탕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클린턴도 스타와 마찬가지로 남부인 아칸소에서 태어났다는 점이다. 물론 남부 출신이라고 해서 다 도덕주의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스타에 견주면 클린턴은 분명 자기 식의 도덕률로 무장한 자유스러운 남부인이다.

아무튼 미국은 지금 이 남부 출신의 자유 분방한 대통령과 그를 탄핵이라는 이름으로 단죄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또 한 사람의 동갑내기 남부 출신 검사와의 숙명적인 대결로 바람 잘 날이 없다. 그 과정에서 미국인들이 지금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국론 분열과 헌정 위기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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