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 아카데미 출신 'k인맥'막강
  • 吳民秀 기자 ()
  • 승인 1998.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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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교회·크리스찬 아카데미 출신이 주류
DJ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정치권과 언론과 재계는 ‘DJ의 숨은 인맥’ 찾기에 혈안이 되다시피 했다. 그때 나온 얘기가 이른바 ‘3K’. 경희대·경기고·경동교회를 가리킨 말이다. 물론 여기서 눈길을 모은 인물은 강원룡 목사. 강목사가 DJ가 국정을 운용하는 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현재 강목사는 경동교회 명예목사이자, 크리스찬 아카데미 이사장이다.

현재 정부와 국민회의에 포진한 ‘강원룡 인맥’은 얼핏 보아도 막강하다. 경동교회 출신부터 살펴보자.

우선 새 정부에 입각한 박정수 외교통상부장관과 신낙균 문화관광부장관이 있다. 박장관은 경기고 재학 시절부터 강목사를 따라 기독청년운동을 했었고, 신장관은 이화여대 2학년 때부터 강목사의 비서로 경동교회 강목사 사택에서 가족처럼 생활했다. 지금도 강목사의 딸은 신장관에게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가깝게 지낸다. 국민회의 쪽으로는 정희경 부총재와 김경재·이영일·유재건 의원이 있다. 이들도 대학에 다닐 때 기독청년운동을 하면서 경동교회에 나갔다. 신낙균 장관은 “당시 대학생들에게 강목사님은 요즘으로 치면 대중 스타 같은 분이었다. 각 대학에서 기독학생회에 가입한 학생치고 강목사를 따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김봉호 의원도 경동교회 교인이다.

크리스찬 아카데미 인맥은, 이 단체의 활동이 기독교를 넘어서 다른 종교 및 사회운동 단체와도 연결되었기 때문에 폭이 넓다. 한승헌 감사원장 서리는 이홍구 주미대사 등과 함께 프로그램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또 윤후정 여성특별위원장은 여성운동을 맡았으며, 김희선 동대문갑 지구당위원장은 주부 대상 프로그램을 맡았다. 강인덕 통일부장관도 초창기에 아카데미에 참여했다. 방용석 의원은 노동운동 쪽으로, 김근태 의원은 사회운동 쪽으로 각각 아카데미에 관계했다. 이홍구 주미대사와 이인호 주러시아대사도 아카데미 출신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강목사의 아카데미 하우스는 박정희 정권 내내 권력으로부터 탄압을 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79년 3월에 터진 ‘아카데미 하우스 반공법 위반 사건’이다. 이우재(현 한나라당 의원)·한명숙 씨 등이 불온 서적 (<현대사상연구> 등)을 읽었다는 혐의로 구속되고 대대적인 검거 선풍이 불었던 이 사건 때문에 강목사도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이밖에 ‘강원룡 사단’에서는 강목사가 교계 지도자로서 권력에 맞서고 정치에 관여하면서 맺은 인맥도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인물이 정대철 부총재이다. 정부총재의 부모인 정일형 박사와 이태영 박사 모두 강목사와 각별한 사이였다. 강목사가 80년대에 6년간 국정자문위원을 지냈던 것도, 사실은 정일형 박사가 강목사에게 ‘김대중을 살려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기 때문이다. 강목사는 지난 4월23일 ‘정일형 박사 16주기’ 행사에 참석해 당시 비사를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이희호 여사, 강목사가 만든 ‘신인회’ 옛 핵심 멤버

김한길 의원은 강목사가 자식처럼 아끼는 사람. 강목사가 방송위원장을 지낼 때 소설가이던 김의원을 기획실장에 앉혔다. 김의원의 부친인 전 사회당 당수 김 철씨(작고)도 강목사와 절친했던 사이다. 김의원은 “목사님이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해 본질을 꿰뚫어 볼 때마다 놀란다. 직선적 성격이어서 나와 맞는 측면도 있다. 방송위원회에서도 정권의 강요에 맞서서 고집을 꺾지 않고 함께 그만두었듯이, 나는 김대통령과 강목사 두 분을 어른으로 모시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수성 평통 부의장,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도 두터운 친분을 쌓아 왔다.

물론 현정권에서 강목사와 가장 ‘특별한 인연’을 맺은 이는 두말할 것 없이 김대중 대통령 내외이다. 특히 이희호 여사는 해방 정국 때 강목사가 조직한 기독교청년조직인 ‘신인회’의 핵심 멤버였다. 당시 이여사는 경동교회 사택에서 강목사 가족과 함께 살기도 했으며, 강목사의 두 딸도 이여사를 고모라고 부르며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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