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 100배 즐기기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4.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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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최고의 별은 누가 될 것인가. 세계의 영웅으로 떠오를 한국 선수는 누구인가. 올림픽 징크스에 통곡하던 스타들은 ‘신의 저주’를 풀 것인가. 선수촌은 왜 섹스 천국인가. 절대 놓쳐서는 안될 경기는 무엇인
올림픽 경기는 헤라클레스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다. 약 3천년 전, 최고의 신 제우스를 찬양하기 위해 만든 행사였다. 올림픽은 기원전 776년부터 4년에 한 번씩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정기적으로 열렸다. 스페인·아프리카 등지에서도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수천 명이 그리스로 몰려들었다. 올림픽 기간에는 전쟁도 멈추었다. 올림피아를 방문한다는 것은 제우스를 숭배하는 순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고대 올림픽은 서기 395년까지 1천년이 넘게 이어졌다.

근대 올림픽은 1896년 4월6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막이 올랐다. 13개국에서 3백11명이 8개 종목 41개 금메달을 놓고 격돌했다. 우승자에게는 은메달과 월계관을 수여했다.

미국의 제임스 코널리가 첫 번째 근대 올림픽 챔피언이 되었다. 종목은 세단뛰기. 하버드 대학 신입생이었던 그는 무단 결석을 한 채 자비로 화물선을 타고 출전해 13.71m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현재 세계 기록은 18.29m다.

마라톤에서는 양치기 스피리돈 루이스(그리스)가 우승했다. 2시간 58분 50초. 수영은 바다에서 치러졌다. 수영 선수들은 작은 증기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 4월의 차가운 지중해를 헤엄쳐야 했다. 수영에서는 알프리 하요스(헝가리)가 100m와 1200m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04년 8월13일. 1백8년 만에 전세계 스포츠인들이 ‘올림픽의 고향’ 그리스에 모인다. 이번 대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입한 모든 나라에서(2백2개국) 1만6천여 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시사저널>이 아테네 올림픽에서 놓쳐서는 안될 선수와 장면을 선정했다. 신들도 구경꾼으로 자리를 함께할 것이다. ‘아피테!’(고대 올림픽의 출발 신호는 아피테(가라)라고 고함을 지르는 것이었다. 출발 신호가 나기 전에 뛰어나간 선수와 출발하지 않은 선수는 경찰관에게 채찍질을 당했다) ‘신화의 땅’ 그리스 아테네올림픽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고대 올림픽 대회 초창기에는 스타디온 경주가 유일한 종목이었다. 스타디온은 약 2백m를 달리는 시합. 올림픽 대회의 이름은 전회 스타디온 우승자의 이름을 사용했다. 우승자의 생일에 따라 날짜를 세는 관습도 있었다. 올림픽 우승자가 받는 대접이 어떠했는지 상상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를 가리는 남자 100m 경주가 바로 스타디온이다. 8월23일 새벽 5시10분(이하 한국 시각)에 펼쳐지는 남자 100m 달리기는 올림픽의 메인 이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 탄환’ 모리스 그린이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2004년 최고기록(9초88)을 보유한 숀 크로퍼드와 저스틴 캐틀린 등 미국 선수들이 그를 가로막을 강력한 경쟁자다. 100m 우승자에게는 막대한 광고 수입이 기다리고 있다.

‘수영 신동’ 마이클 펠프스(미국)와 ‘인간 어뢰’ 이언 서프(호주)가 물에서 벌이는 속도 경쟁도 아테네올림픽 최고 볼거리 중 하나다. 펠프스는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마크 스피츠가 세운 수영 7관왕의 업적을 재현한다며 경쟁에 불을 지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3관왕에 빛나는 서프는 아테네올림픽에서 자유형 100·200·400m와 계영에 출전한다. 두 선수는 8월17일 자유형 200m에서 처음 맞대결한다. 다관왕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 있다. 수영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가 될 것이다.

‘러시아의 요정’ 스베틀라나 호르키나는 세계선수권 개인 종합 3회 우승에 빛나는 체조의 최강자다. 호르키나는 이단평행봉 종목에서 3회 연속 올림픽 우승에 도전한다. 그녀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자신의 누드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승마·펜싱·사격·수영·육상 종목을 겨루는 근대5종은 독특한 규칙이 있다. 승마 경기는 주최측이 무작위로 추첨한 말을 타고 나가야 한다. 펜싱은 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 승부가 난다. 만약 1분 이내에 유효 공격이 없으면 양 선수 모두 점수를 받지 못한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쿠베르탱이 20년 동안 고심해 만든 규칙이다. 그래서인지 근대5종 경기는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IOC 위원장이 직접 입상자에게 메달을 수여한다. 또 금메달리스트는 각종 연회에 초청받는다.

근대5종의 강력한 우승 후보는 한국의 이춘헌(24·상무)이다. 광주체고 2학년 때까지 수영선수였던 이춘헌은 뒤늦게 근대5종으로 종목을 전환해 2002년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1위로 올림픽 티켓을 따내더니 2004년 세계선수권에서는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성인 대표 경력 1년5개월 만에 이룬 쾌거다. 이춘헌이 금메달을 딸 경우, 단번에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선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올림픽의 꽃 마라톤. 마라톤 코스는 사상 최악의 난코스다. 표고차가 무려 250m, 32㎞까지 계속되는 오르막, 여기에 35℃를 웃도는 무더위…. 이런 악조건 때문에 지구력이 뛰어난 이봉주가 우승 후보로 꼽힌다. 서른네 살인 이봉주는 마지막 올림픽 출전을 금메달로 장식하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봉주의 경쟁 상대는 마라톤 세계기록(2시간4분55초) 보유자인 폴 터갓(케냐)과 랭킹 2위 새미 코릴(케냐·2시간4분56초)이다. 하지만 무더위가 케냐 선수들의 스피드를 물고늘어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케냐 선수들은 더위에 약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양궁 2관왕 윤미진(21)은 전종목을 통틀어 올림픽 금메달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한국 선수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라는 수식어가 부족할 만큼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 부담감을 떨치기만 하면 2관왕 2연패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힘은 계순희(24)의 힘에서 비롯된다. 계순희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84연승을 달리던 일본의 다무라 료코를 메다꽂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북한의 첫 여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계순희는 시드니에서 동메달에 그쳤다. 북한은 2000년 시드니에서 금메달을 1개도 수확하지 못했다. 아테네에서는 영웅의 책무가 더욱 무겁다. 1996년 대회에 비해 체급을 두 단계나 올렸지만 계순희를 당할 상대가 없어 우승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계순희는 북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사랑에 빠질 수 없어요. 아테네올림픽도 있고 아직은 유술(유도)복을 벗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조선 력기계(역도)의 희망’ 리성희(25)는 4년 전 시드니올림픽 여자 역도 58㎏급에서 금메달을 목전에 두었다. 하지만 자신의 순서를 착각해 늦게 경기장에 들어서는 바람에 은메달에 그쳤다. 리성희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세계 타이 기록을 두 차례나 들어올리며 다시 일어섰다.

북한의 남자 선수들 가운데는 소길산이 눈에 띈다. 북한 스포츠계의 ‘살아 있는 전설’ 소길산은 1982년 인도 뉴델리 아시안게임 사격 부문에서 무려 7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국내에서는 조명받지 못했지만 뉴델리 대회의 최고 스타였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만점을 쏘기도 했다. 2000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북한 사격팀 감독으로 출전했던 소길산은 이번 아테네올림픽에 선수로 출전한다. 올해 쉰두 살이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나이지리아 우승, 2000년 시드니올림픽 카메룬 우승. 최근 올림픽 축구를 2연패한 아프리카의 기세가 한 풀 꺾였다. 아프리카의 맹주 나이지리아와 카메룬은 본선에 나서지도 못했다.

본선 16개국 가운데 우승 후보는 이탈리아·아르헨티나·포르투갈이다. 이탈리아 올림픽 대표는 허약한 성인 대표팀을 대체할 수 있도록 집중 조련된 팀. 21세 유럽선수권 우승 선수 위주로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아르헨티나 비엘사 감독은 지난 7월 2004코파아메리카에 올림픽팀 주전 선수를 모두 포함시켜 출격 준비를 마쳤다. 변수는 간판 골잡이 사비올라(바르셀로나)의 부상이다. 포르투갈은 유로2004의 돌풍을 이어갈 생각이다. ‘피구의 후계자’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일생에 한 번뿐인 올림픽 금메달을 놓치지 않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그는 소속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만류를 뿌리치고 아테네로 향했다.

8월12일 한국팀은 사도 바울이 기독교를 처음으로 전파했다는 그리스 북부의 테살로니카에서 그리스와 첫 경기를 치른다. 1952년 이후 52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서는 그리스팀과 올림픽 사상 첫 메달 획득을 노리는 한국 올림픽대표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이다. 스트라이커 조재진이 한국팀의 키를 쥐고 있다. 그는 파라과이·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연속해서 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 상대가 정체불명의 파라과이와 오합지졸 호주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력상 한국은 A조 최약체다.
그리스인들은 신의 도움을 얻는 자만이 올림픽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한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거푸 고배를 마시는 것은 신들의 저주 때문이라고 믿었다.

세계 최강 브라질 축구는 올림픽에서 승리의 여신 ‘니케’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본선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 예선 탈락이다. 월드컵 5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은 올림픽 우승 경험도 없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8강전에서 탈락했다.

마라톤 왕국 케냐도 지독한 ‘올림픽 징크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케냐는 국제 마라톤 대회의 70% 가량을 석권했다. 세계 랭킹 10위 안에 줄곧 6~7명을 포진시켰다. 케냐는 항상 우승후보 0순위 선수를 갖고 있었다. 그것도 두세 명씩. 하지만 지난 대회까지 단 한번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에릭 와이나이나는 시드니에서 은메달에 그쳤다. 그는 1996년 대회에서는 이봉주에게 5초 뒤져, 동메달을 땄다.

올림픽이 외면한 선수로는 멀린 오티(44·슬로베니아)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그녀는 육상 단거리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전성기인 1990년대 초반에는 100m 57연승, 200m 34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세계선수권도 휩쓸었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부터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까지 올림픽 메달을 무려 8개나 목에 걸었다. 하지만 금이 없다. 그래서 미련이 많다. 오티는 2년 전 자마이카에서 슬로베니아로 국적을 바꾸었다.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올림픽에 일곱 번째 출전한다. 1960년생. 우리 나이로 45세다.

남자 800m에서 세계 기록을 다섯 차례나 갈아치우며 1994년 이후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는 윌슨 킵케터(32·덴마크)도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다. 1992년에는 대회 직전 말라리아에 걸려 출전을 포기했다. 1996년에는 덴마크로 국적을 변경한 그를 괘씸하게 여긴 모국 케냐의 반대로 출전이 허용되지 않았다. 지난 시드니 대회에서는 무명 선수에게 힘없이 무너졌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최고 스타는 ‘개헤엄’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에릭 무삼바니(적도 기니)였다. 100m에 출전했던 무삼바니는 올림픽 수영 역사상 가장 늦은 기록으로 결승점에 도달했지만 역사상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50m를 마친 뒤 힘이 빠져 빠져죽는 줄 알았다. 살기 위해서 수영했다”라고 말해 전세계를 웃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스타’가 된 무삼바니는 수영복 광고를 찍기도 했다. 경매에 나온 무삼바니의 물안경은 2백80만원에 팔렸다.

‘제2의 무삼바니’가 될 선수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선수들이 단연 눈에 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라크는 40여 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이라크 국민들은 축구팀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라크 축구팀은 통신 사정이 안 좋아 감독이 일일이 선수집을 찾아다니며 팀을 꾸렸다. 훈련은 포격으로 반 이상 망가진 운동장에서 했다. 독일 출신인 베른트 슈타게 감독은 이웃 요르단에서 코치들한테 전화로 훈련 지시를 해가며 올림픽 티켓을 땄다. 유일한 여자 선수인 알라 히크마트는 육상 100m와 200m에 출전한다.

리마 아지미는 지난해 파리 육상선수권대회의 깜짝 스타였다.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자 국제대회 참자자인 아지미는 출발 방법도 모른 채 여자 100m 경기에 나서 18초37의 기록을 남겼다. 긴 바지를 입고 달린 결과다. 이번 올림픽에는 육상 100m의 로비나 무킴야르와 유도의 프리바 라자이가 나섰다. 아프가니스탄 사상 첫 여성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다. 이들은 현재 그리스 정부의 후원으로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남자 선수 3명과 훈련하고 있다. 탈레반이 집권하던 3년 전만 해도 남성과의 합동 훈련은 팔다리 절단형까지 처할 수 있는 중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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