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부터의 혁명' 가능할까
  • 김종민 기자 (jm@e-sisa.co.kr)
  • 승인 200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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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소장파 '보조 맞추기' 움직임…"민주당 개혁 후보 내면 연대 가능"

사진설명 대안을 찾아서 : 지난해 12월 14일 여야 소장 개혁파 의원 모임인 국회 대안정치연구회의 토론회 장면.

DJP합당이나 3김연합은 위로부터의 정계 개편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정동영 사태가말해주듯이 16대 들어서는 아래로부터 밀고 올라오는 소장 개혁파의 힘도정계 개편에서 무시할 수 없는 새 변수다.

이들은 비록 당은 달리하고 있어도 이념이나 정치 문화 등에서 동질성이 강하다. 뿐만아니라 세도 만만치 않다.김근태·송영길·이부영·김부겸 의원 등 여야에흩어져 있는 재야 운동권 출신만 모두 26명이나 된다. 김원웅·김홍신·정동영·정범구·김성호 의원 등 재야 출신은 아니지만 범개혁파 의원도 얼추 20명에 이른다.

제3의 독자 정당을 만드는 것은 시기 상조라는 판단이지배적이지만 소장개혁파가 힘을 모아 향후 정계 개편과정이나 대선 국면에서 보조를 맞추려는 움직임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1월8일에는 민주당 이재정·김태홍의원과 한나라당 김원웅·서상섭 의원이중심이 되어 여야 소장 개혁파 의원 신년회를 열계획이다. 김근태·김원웅 의원과노무현 장관등 여야 개혁파 20여 명은 원혜영부천시장 등 개혁적인 기초단체장30명과 함께공동으로 인터넷 정책 사이트를 개설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이런 식의 모임과 협력을도모하는 한편 국가보안법 등 개혁 입법을공동 추진하면서 연대감을 높이고, 이를바탕으로 정치적으로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에서 적극 연합을 시도한다는 것이 이들 소장파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대선 국면에서 '정계 개편 한 축'될 가능성

특히 차기 대선 국면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이들 개혁 그룹이 정계 개편의 한 축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야 출신인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은 DJ를밀어야 하기 때문에 어렵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대선 국면이 열리면 여야의 개혁세력이 힘을 합쳐야 할 때가 올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우선 그려볼 수 있는그림은 이회창 총재가 차기 후보로거의 굳어져있는 한나라당에서 이총재 집권에 동의하지 않는일부 개혁 세력이 이탈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의원은 사석에서 "사실 한나라당에 몸 담고 있지만 노무현 장관이나 김근태 최고위원을 정치인으로 더 존경한다"라고 스스럼없이 얘기하기도 한다.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한나라당 내에는 이총재가 이런 식으로보수 노선으로 간다면 대통령 만들기에 참여할수 없다고 내심 작정하고 있는 의원이 몇몇 있다.

그러나 이들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이 이탈하는 데 필요 조건은 민주당의 모양새다.민주당이 DJ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개혁 색채가 분명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의 차기후보가 이들을 흡인할 수있는 개혁적 후보여야 한다는 것은 필수 조건이다. 한나라당의 한의원은 "한화갑-노무현-김근태-정동영 연합 세력이 민주당의 중심을 잡고개혁적 후보를 내세운다면 한나라당에서도 동참할사람들이 나올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실현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여야의 개혁파가 별도 세력을 형성해 제3의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독자적인제3 세력을 형성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선거구제이다. 전통적으로 양당 선호 경향이 강한 유권자들의 투표 심리 때문에 현행 소선구제에서는 제3세력의 입지가 매우 좁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올해 소장 개혁파의 연대 폭을 좌우할주요 변수는 민주당의 대선 구도와 선거법 개정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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