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월드컵, 흑자 향해 '대시'
  • 오윤현 기자/도쿄·채명석 편집위원 ()
  • 승인 2001.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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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00 중간 점검/숙박·수송 등 준비 순탄…한·일 양국 '대회 후 경기장 활용' 고민

월드컵을 5백 일쯤 앞둔 요즘 일본에서는 난데없이 '적자 타령'이 나오고 있다. 월드컵 경기가 끝난 뒤축구 경기장 10개의 엄청난 시설 관리 운영비를 어떻게 충당할지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결승전이 열릴 요코하마국제 종합경기장은 1997년 완공되어, 벌써 연간 40여만 명이 수영장 등의 부대시설을 이용하고있다. 경기장 사용률도 연간100일이 넘는다.비교적 사후 활용 대책이 잘되어 있는셈이다. 그런데도 요코하마 경기장은 지난 3년간 한 해 평균 5억 엔이 넘게 적자를내왔다. 연간운영비로 약 13억 엔이 소요되는데, 축구 경기 입장료와 부대 시설 임대료·이용료만으로는 그 금액을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

요코하마 경기장 관계자들은 최근 새로운 적자 타개책을 내놓았다. 바로 경기장에 인기 가수 콘서트를 유치하겠다는것이다. 인기 가수를 이용해 요코하마 경기장측이 적자폭을 얼마나 줄일지는 미지수이다.그러나 2002년 이후 경기장 운영 대책을 벌써부터모색하는 것은 한국이 배울 점이다.


요코하마는 콘서트장, 서귀포는 영화관으로

월드컵이 열리는 한국의 10개 경기장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74쪽 딸린 기사참조). 지난 12월 말 현재 평균 공정률은 78.5%. 오는 5월이면 울산·수원·대구 경기장부터 차례차례 준공식을 치를 예정이다.경기장 시설은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들로부터'만족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수준급이다.

문제는 월드컵 이후경기장 활용 대책이다. 1천2백51억(서귀포)∼2천9백46억(대구) 원을 들인 각 경기장에서 열리는 월드컵경기는 3∼4 게임이다. 투자 자금이나 운영비를 회수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가 직·간접으로 지원하고 있다지만, 그 금액은 건설비의 30%를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연고 프로 축구팀이 없는 몇몇 경기장은 월드컵이 끝나면 자금난을 겪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적자를 덜기 위해 월드컵 이후 활용 대책을찾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별로 없다. 도심에서 제법 벗어난 경기장에 영화관·수영장·할인매장 같은 문화체육 시설을 유치한다고 해도 누가, 얼마나 이용할지 의문이다.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월드컵조직위) 박원창 시설기획관리담당관은 월드컵이후 경기장이 텅텅 비게 하지않으려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적극 나서서 각종 공연을 유치하고, 복합 시설을 끌어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적어도 일본이 하는 것만큼은 노력해야한다는 말이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는상암경기장에 백화점을 비롯한 여러가지 편의 시설을함께 지어 연간 20억원 흑자를내겠다고 발표했다. 서귀포시도 미국 지텍 사와 50년간 임대 계약을 맺고, 아이맥스 영화관을운영해 투자비를 건질 계획을 내놓았다.

경기장 사후 활용 대책을 빼면 '흑자 월드컵' 준비는 비교적 순탄하게진행되고 있다. 숙박 문제는, 관광호텔 숙박업무를 전담할 업체로 영국 바이롬 사가 선정되면서 빠른물살을 타고 있다. 1월3일 현재 바이롬 사는 국내 1백95개 호텔과 계약해, 월드컵 기간에 사용할 객실 2만6백15개를 확보했다.

바이롬 사 관계자에따르면, 월드컵이 열리는 기간에 한국에 머무를 축구팬·외국 관광객은 국제축구연맹(FIFA) 패밀리(임원·선수·심판·보도진)를 포함해 7만5천여 명이다. 월드컵이 열릴 10개 도시에는 모두 30만7천여 객실(관광호텔 4만5천, 일반호텔 1만7천여 객실포함)이 있어 숫자만 놓고 보면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절대 다수(24만5천여개)를 차지하는 여관 객실이 제 몫을해낼지는 의문이다. 월드컵조직위 강성일 숙소부장은 "중·저가 숙박 시설을 보완하기 위해, 관광개발진흥기금 6백24억원을 저리로 융자하는 등대책을 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부족한 객실은 텐트촌과 민박으로 해결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한강둔치에 텐트 7백 개를 칠 텐트촌을 만든다. 수원시는 민박 2천2 가구를 운영할 예정인데, 12월말 현재 3천1백28 가구가 신청해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일본도 관광호텔 숙박업무는 바이롬사가 전담한다. 그런데 문제가 심상치않다. 바이롬 사는 일본의 3백∼4백 개 호텔과계약하고 싶어하지만, 대부분의 호텔이 25%나 되는 할인율(한국도 같다)이 너무 높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결승전이 벌어지는 요코하마 시는 수심이 가득하다. 결승전이 열리는 날 모두 4만3천여 객실이 필요한데, 1월 초까지 바이롬 사와 호텔·여행사 사이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사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원래 일본월드컵조직위원회는 해외 입장권 판매와 숙박을 일본내 4개 여행사에전담시킬 계획이었다. 지난 1998년 12월4개 여행사는 일본월드컵조직위만 믿고 월드컵이 열리는 기간에 사용할 2만4천 객실을 날짜 별로 가계약했다. 그런데 국제축구연맹의 요청으로 바이롬 사가 불쑥 끼여들면서 차질을 빚게 되었다. 일본 여행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바이롬 사관계자는 "만약 여행사나 호텔의 협조를 못 받으면, 각지에 배를 띄워 관계자를 숙박시키는방법도 고려 중이다"라고 밝혔다.


트레이닝 캠프 유치 놓고 한·일 양국 각축

선수진·보도진과 관람객 수송문제는 숙박 못지 않게 중요한 성패의 관건이다. 한국내 수송은 대부분기차와고속버스로 이루어진다. 물론 서울-제주, 서울-부산같은 장거리 이동에는 비행기를이용한다.고속버스나 기차가 운행되지 않는 도시는 전세 버스를활용할 계획이다. 월드컵조직위 유세형 수송과장은 관람객의 편의를 돕기 위해 "월드컵 기간에 기차에 '월드컵 전용칸'을 설치할 수도 있다.철도청과 협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일간 이동은 모두 비행기로 이루어진다. 두 나라는 지난해 12월 항공회담을 열고, 월드컵 기간에 항공 노선을 대폭증설하기로 합의했다. 월드컵 기간에 서울-도쿄노선은 주 35회에서 56회로 늘어난다.공항은 도쿄에서 비교적 가까운 하네다공항을 이용할 전망이다. 또 한국에서 일본 미야자키·아키다·돗토리·시마네 지역을 연결하는 신규 노선도 생긴다.

트레이닝 캠프도 숙박이나운송 못지않게 한·일 양국이 경합하고 있는'장외 월드컵'이다. 1998 월드컵 우승국인 프랑스 팀이 지난해 말 한·일 월드컵 축구 대회를 위한 전지 훈련(2002년 5월21∼25일)을 일본규슈 남쪽 이부스키 지역에서 하겠다고밝힌 뒤로트레이닝 캠프 문제는 뜨거운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 소식을 듣고 가장 곤혹스러워한 한 것은 한국 월드컵조직위였다. 프랑스가 개막전과 조별 예선을 한국에서 갖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닝 캠프에 참가하는 선수단 규모는 40명 정도. 그러나선수단을 따라오는 보도진과 응원단을 포함하면 경제적 파급 효과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한국과 일본이 경쟁적으로 본선 진출국의 트레이닝 캠프를 유치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 월드컵조직위가 84개지역의 트레이닝 캠프를 공인하고 본선 진출국 유치에적극 나서자, 국내 일각에서는월드컵 특수를 일본에게 모두 빼앗기는 것이 아니냐는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 월드컵조직위 최추경 경기부장은 크게 걱정할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나라가 상식을 벗어난 선택을 하지 않는 한, 한국에서 경기하는 팀은 반드시 한국에 와서 연습하게 될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울산시는 이미 세계적인 마케팅 회사 옥타곤과 손잡고 유치 작전에 나섰다. 울산시청 월드컵기획과 임덕철 주사는울산시 양잔디구장 10개를 본선 출전국의 트레이닝 캠프로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이미트레이닝 캠프 홍보 팜플렛을 만들어, 본선 진출이 유력한 나라들과 물밑접촉을 시도하고있다"라고 밝혔다.

월드컵이 그동안 '황금알을 낳는거위'로 불렸던 것은 텔레비전중계권 덕이었다. 그러나 이번 2002년 월드컵에서는천문학적인 이익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되었다.1998년 프랑스 월드컵까지만 해도 개최국에서 열리는 경기는 모두 개최국이 중계권을가졌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은 2002년 월드컵 중계권을 스위스의 스포리스 사와 독일의미디어 그룹인키르흐가 출자해 세운 HBS(Host Broadcast Services)에 중계권을 넘겼다. HBS 중계 제작을 지원할 것으로 보이는 한국 방송사들은 코리아풀을 구성해 중계권과주관 방송참여 문제를놓고 HBS와 협상중이다.중계권 문제가해결되면, 2002년 월드컵 경기(64경기)는 모두 화질이 뛰어난 디지털 방식으로 중계하게 된다.

자원봉사자 조직과 운영도월드컵의 성패를 좌우하는 큰 요소이다.자원봉사자 모집은 오는 2월부터 시작될 것으로보인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통역·안전·등록 등 15개분야 30개 직종에 1만2천명씩모집할 계획이다. 자격은 모집 분야에 필요한 기능이나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된다. 일본은자원봉사자 교육과 자원봉사자 거주 센터 운영에 필요한자금을 모금을 통해 마련하고 있다. 또한 통역같이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는종합상사나 금융기관의 협조를 얻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관광공사 "남북한 잇는 관광상품 개발중"

10개 경기장이 있는지방자치단체도 월드컵 준비로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지자체가 '주변 도로는 몇 m로 해라' '조명 밝기는 몇 룩스 이상으로 하라'는 국제축구연맹의 까다로운 지적을 기꺼이 받아들인 이유는, 자기 지역을 세계에 알리는 데 월드컵이 더없이좋은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0개시는 요즘 그 방법을 찾느라 분주하다.한국관광공사는 각 도시를 돕기 위해 지방 축전을 활성화하고, 각종 이벤트를 마련할 계획을세워놓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차동영홍보부장은 "월드컵 도시와 연계해 김치 같은 전통 음식을 세계화하고, 남북한을 잇는 관광 상품을 개발 중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월드컵 관계자들은 일본과의 공동 개최를 몹시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일본은 예산 걱정 없이 밀어붙이지만,한국은 돈부터 걱정하다 보니 일을 폭넓게 추진하기가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도 돈 걱정을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일본월드컵조직위는2002 월드컵의 수입과 지출을 각각 6백34억엔으로 추산하면서도, 계속해서 적자를 걱정하고 있다.

한국도 일본보다 적을지 모르지만, 월드컵을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기본 경비 2조3천3백6억원, 경기장 건설비 1조9천3백6억원, 대회운영비 4천억원 등 모두 4조원이넘는 돈이 들어갔다. 만약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측한 것처럼 '7조9천9백61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조7천1백69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그리고 24만 명의고용 창출효과를 가져온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그러나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미국과 프랑스가 월드컵을 통해 엄청난 부와무형의 효과를 거두었다고 해서, 한국도꼭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얼마만큼 꼼꼼하고 계획성 있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월드컵의 성패가 가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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