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로자는 '해고 예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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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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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시장 유연화한 미국보다 직장유지율 더 낮아

IMF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구조 조정 과정에서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같은노동 시장 유연화 정책이 기업 경쟁력강화의 핵심적인 방법으로 떠올랐다. 정책입안자들은 '우리나라 노동 시장은 너무나 경직되어 있다'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믿음과 달리 노동시장 유연화가 가장 선진화한 미국보다 우리의노동 시장 불안정성이 오히려 더심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2월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보다 한국 근로자의 직장유지율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기 근속자의 경우 그 차이가 더 커서, 우리나라의 경우 직장 생활을 오래한 사람일수록 회사에서 해고될 확률이 미국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유지율(Job RetentionRate)은 어느한 시점에서 취업하고 있던 근로자가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에도 같은 직장에취업하고 있는지 여부를 나타내는 비율로,노동 시장 안정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이다. 1995년 6월에 취업하고 있던 임금 근로자가 4년 뒤인 1999년 6월에도 계속 근무하고 있는지 조사해서 비교한 결과 한국은42.6%로 미국의55.1%(1991∼1995년)보다 12.5%포인트나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미국의 직장유지율 격차는 나이가 많을수록 더욱 벌어져서 25세 이하 저연령층보다 40세 이상 고연령층에서 격차가 더크게 나타났다. 한국과 미국의 노동자 모두 젊었을 때에는 직장을 자주 옮겨다녀서 25세이하 노동자의 직장유지율은 한국이 27.1%,미국이 29.6%로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40∼55세 노동자의 경우 한국이48%인 반면 미국은68.3%에 이르러서 차이가 컸다.이는 미국의 중·장년 근로자들이 한국 근로자보다 높은 직업 안정성을 갖고 있다는사실을 보여준다. 임금체계가 연공서열제인 한국에서는 임금 부담이 큰 장기 근속자가 먼저 정리해고되지만, 직무에 따른 임금 체계를 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장기 근속자라 하더라도 임금 부담이 크지않아 쉽게 해고되지 않는다.

15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의 경우 2년 동안의 직장유지율이 1997년 82.8%에서 1999년 58.5%로 급락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임금 부담이 높은 장기 근속자들을 퇴출함으로써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효율성이 달성된다. 하지만 이들이 재취업에 실패해 쌓아온 경험과 연륜이 소멸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는인적 자원의손실을 입는다"라고 말하며, 정부의 노동 시장유연화 정책이 노동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못한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노동 시장효율화를 이루지 못하고 중산층을 붕괴시키는 결과만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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