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변해도 쫓기는 단병호
  • 김종민 기자 (jm@e-sisa.co.kr)
  • 승인 2001.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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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수배…사퇴 요구 등 비판 여론도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노동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때는 1987년. 그는 이번에 다섯 번째로 수배되었다. 그동안 정권도 세 번이나 바뀌었지만 그의 고단한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노총 합법화로 이제는 '60만 대군'을 거느리는 합법 조직의 대표가 되었지만, 그는 지금 경찰에 쫓기며 명동성당에서 농성하고 있다.




탄압과 투쟁, 두 단어로 집약되는 단위원장의 이미지도 10년째 계속되는 정지 화면이다. 최근의 한 장면. 지난 5월 말 단위원장은 국회의장실에서 국회 경비들에게 끌려 나왔다. 개혁 입법을 위해 이만섭 국회의장에게 3당 총무 면담을 요구하던 단위원장은 요구가 거절되자 국회의장실에서 밤샘 농성을 한 뒤 다음날 아침 기자회견을 하려다 끌려 나온 것이다.


비타협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과, 국회에서 농성하다 강제로 쫓겨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지만, 결정은 단위원장이 했다. 의젓한 유연함보다는 탄압받는 이미지를 선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우리나라 노동자의 현실이 탄압과 투쟁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단위원장도 그러한 현실을 충실하게 대변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화면을 너무 오래 보아 왔기 때문일까, 이제는 그에 대한 불만 여론도 적지 않다. 지난 6월 민주노총 파업을 놓고 인터넷에는 단위원장에 대한 '과격한' 비판이 올랐다. '단위원장은 협상가로 바뀌지 않으려면 사퇴해야 한다' '정치권의 3김도 교체되어야 하지만, 대화와 협상을 못하는 노동운동 지도부도 바뀌어야 한다' '단병호한테 대통령 한번 맡겨보자, 얼마나 잘하나 보게' 등등. 단위원장이 어떤 자리에든 항상 점퍼만 입고 등장하는 것까지 불만거리로 등장했다.


한 사무직 노동자는 "10년 전 그는 새롭게 떠오르는 노동자 세력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에게서 성숙한 권위와 관록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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