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알바? 김대중 알바?
  • 안철흥 기자 (epigon@e-sisa.co.kr)
  • 승인 2001.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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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사이트에 아르바이트생 활동 의혹 제기돼


한나라당 홈페이지에서 '북한 상선이 북방한계선을 침범했을 때 군이 취한 태도'를 놓고 인터넷 여론조사를 했을 때 일이다. 첫 열흘간 집계된 결과는 군의 대응을 비판하는 쪽이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11일째부터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군 대응이 적절했다'는 응답이 폭주한 것.




민주당 홈페이지가 실시한 '세무 조사는 언론 탄압인가'에 대한 사이버 여론조사도 마찬가지. 처음에는 '탄압이 아니다'는 응답이 훨씬 높았지만, 막판으로 갈수록 '탄압이다'라는 쪽이 늘어났다. 결국 이 조사 또한 5 대 5 '균형'을 맞춘 채 종료되었다. 두 당 관계자들은 "뭔가 찜찜하다"를 연발했지만, 이유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인터넷 게시판을 들어가면 '너 ○○의 알바지?'라는 비난을 흔히 볼 수 있다. '이회창 알바' '김대중 알바' '한나라당 알바' '민주당 알바' 등. '알바'란 아르바이트를 줄인 인터넷 은어로, 어느 의견을 홍보하거나 비난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세력을 말한다. 물론 돈을 받고 활동한 세력이 확인된 적은 없다. 전문가들은 특정 조직이 있다기보다는, 공방 과정에서 상대방을 비난하기 위해 '너, 알바 아니냐'고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체가 없다고 보기에는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진중권씨는 "일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정치권 뒷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언급된다든지, 비슷한 성향의 글이 복제한 듯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한다. 자발적이든 조직되었든, '알바'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공개된 한나라당의 이른바 '대선 대책 문건'에는 '웹 상의 총재 지원그룹 형성 방안'이 언급되어 있기도 했다. 또한 인터넷 선거운동을 중시하기는 여야가 마찬가지여서, '알바'를 활용하고자 하는 유혹을 느낄 정황은 충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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