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 얹혀 사는 캥거루족 창궐
  • 대표 집필 : 김은남 기자 (ken@e-sisa.co.kr)
  • 승인 2001.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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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이기심과 모성애 '잘못된 결합'
"마음 같아서야 당장이라도 독립하고 싶죠. 그렇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잖아요." 대학을 졸업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취직을 못하고 부모에게 얹혀 사는 송 아무개씨(29·서울 망우동)는 이렇게 말했다.

기생 독신자(parasite single). 독립할 나이가 지났는데도 부모 품을 벗어나지 않는 일명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이번 통계청 조사를 보면 결혼한 경험이 있는 독신자(별거·이혼·사별)에 비해 미혼 독신자 비율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1990년대 전반기와 비교해도 미혼 독신자 증가 추세는 한풀 꺾였다. 1990∼1994년 미혼 독신자 증가율이 59.1%였던 데 반해 1995∼2000년 증가율은 29.1%에 불과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통계청 이재원 사무관은, 불황에 따른 취업난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더욱이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비용이 급상승한 것도 독립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리라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박사는, 그러나 이것이 한국과 일본에만 주로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임을 지적했다. 취업난이 심각하기는 미국·유럽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들 나라의 젊은이들은 사회보장 체계를 이용하거나 경제 능력이 있는 파트너를 만나 맞벌이 동거를 하는 방식으로 부모 품을 벗어난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부모·자식 간에 타협을 한다. '잔소리는 듣기 싫지만 풍족한 소비 생활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자녀 세대의 이기심과, 장성한 자식조차 자기 손아귀에서 놓고 싶어하지 않는 '못 말리는 모성애'가 기묘하게 결합하는 것이다.

이들 캥거루족은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림으로써 또 다른 캥거루족을 양산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기생 독신자가 이미 천만 명을 넘어선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젊은 세대의 독립을 촉진할 여건을 장기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지평 박사의 지적이다.

취재 : 안은주·고재열·이문환·신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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