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 환경]〈자연을 위한 항거〉
  • 이광호(연세대 교수·철학) ()
  • 승인 2001.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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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사랑이 인간 사랑이다/
클라우스 미하엘 마이어-아비히 · 박명선 옮김 · 도요새
〈자연을 위한 항거〉를 쓴 클라우스 미하엘 마이어-아비히는 1936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지구 환경보호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물리학자이자 철학박사이다. 그는 저서 〈자연과의 평화를 위한 길〉 〈미래를 위한 길〉 등을 통하여 환경 파괴로 위기에 처한 자연 생태계를 구하자고 호소해 왔다.




이 책은 1990년에 저술된 뒤, 저자와 문제 의식을 공유하던 고 최재현 교수가 처음 번역을 시작했다. 그러나 최교수가 작업을 마치기 전에 작고함으로써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 11년 만에 박명선 교수에 의해 빛을 보게 되었다. 최교수는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우리 사회가 낳은 각종 비리와 어두운 그림자를 분석해 비판하고, 산업화 과정에서 급속하게 파괴되는 생태계 문제를 고발하는 데 몸과 마음을 바쳤다.


저자와 최교수가 추구하던 문제는 자연과의 조화와 합일을 추구하던 동양 철학의 이상적 정신과 맞닿아 있다. 동양 사회가 서양화를 위해 숨가쁘게 달려온 반면, 서양의 학문과 이론은 그 극치에서 사고의 대전환에 기초하여 자연과 함께하는 자연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자연 국가는 옛 동양의 현자들이 추구하던 사회와 유사한 점이 많다.


저자는 인간 이외의 모든 자연 환경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산업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체들이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더불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간 세계를 포함한 다른 모든 세계를 '자연 공생계'라고 부르며 자연 공생계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감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생명을 보고 기뻐하고 사랑하며,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을 보고 가슴 아파하고 분노할 줄 아는 감성이 회복되어야 공생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산업 경제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성을 인간 안에 있는 자연의 목소리, 자연의 재능이라고 이해한다. 그는 '모든 인간들이 동지이며 인간적인 보편성을 지닌 인류의 구성원'이라고 이해하던 초기 계몽주의를 미완의 계몽주의로 이해한다. 이제 미완의 계몽주의는 모든 생명을 동료로서 이해하는 총체적 윤리관에 기초하여 완성된 계몽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완성된 계몽주의 정신으로 인간 사회뿐 아니라 자연 공생계까지 책임지는 새로운 법질서를 확립하여 자연 국가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을 중심으로 한 근·현대 사회가 지닌 문제점을 반성하고, 자연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사유의 방법과 새로운 국가관을 제시한다. 이 책을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더할 나위 없는 지침서로 추천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추천인 : 권오길(강원대 생명과학부 교수) 박시룡(교원대 교수·생물교육) 이필렬(방송대 교양과정부 교수) 홍욱희 박사(세민환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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