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2001 싸이버스 페이스 오디쎄이〉
  • 민경배(사이버문화연구소 소장) ()
  • 승인 2001.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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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공간의 인간과 사회 성찰/
홍성욱 · 백욱인 엮음 · 창작과비평사
SF영화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배경으로 삼은 서기 2001년도 이제 저물어가고 있다. 우주 왕복선을 타고 우주 공간을 항해하는 영화 속 설정은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지만, 대신 인류는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 스페이스를 항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2001년 초에, 그것도 세계 최고의 인터넷 열기를 자랑하는 한국 땅에서 이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책 〈2001 싸이버스페이스 오디쎄이〉가 출판된 것은 여러 모로 의미 심장한 일이다.




이 책은 IT와 e비즈니스로 대변되는 기술 논리와 경제 논리에 과도하게 편향되어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며 숨가쁘게 달려온 한국의 정보화 과정에서 제대로 성찰되지 못했던 인간과 사회의 문제를 진지하게 되짚어 보고 있다. 필자들이 바라보는 사이버 스페이스는 첨단 정보 통신 기술이 낳은 전리품도 아니고, 벤처 대박의 꿈이 영글어 가는 노다지 밭도 아니다. 사이버 스페이스는 바로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거대한 사회 공간이다.


특히 극단적 낙관론과 극단적 비관론만이 난무하는 한국의 천박한 정보화 담론 수준을 극복하고, 더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현안들에 대한 사려 깊은 고민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사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사이버 스페이스를 바라보는 시각은 정보 통신 기술 발전 속도보다도 훨씬 빠르게 양극단을 넘나들었다. 장밋빛 낙관론에 도취해 무턱대고 '인터넷 만세!'를 외치던 두 손이 아직 채 내려오기도 전에 느닷없이 마녀 사냥 식의 '인터넷 때리기'가 몰아닥치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 아니던가?


사이버 스페이스가 열어 가는 세상은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니다. 그것은 그저 지금까지 우리가 몸 담고 살아온 현실 세계를 반영하는 것이자 연장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에 사이버 스페이스는 현실 세계와 결코 분리되어 사고할 수 없는 영역이다.


민주적 공간 확대, 새로운 공동체 등장, 지식 기반 경제 활성화 등 인터넷의 수많은 잠재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이 책에서 필자들이 던지는 사이버 스페이스 담론은 대체로 우울한 색채이다. 하지만 그 우울함의 근원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광풍처럼 불고 있는 인터넷 마녀 사냥 논리와는 궤를 달리한다. 정녕 사이버 스페이스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인터넷을 규제하고 정보를 상품화하려는 힘의 논리, 닫힘의 논리인 것이다. 물론 사이버 스페이스는 아직 진행형이다. 이곳에서 열림의 세계를 추구하려는 이들에게 〈2001 싸이버스페이스 오디쎄이〉는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추천인 : 김종엽(한신대 교수·사회학) 민경배(사이버문화연구소 소장) 배병삼(성심외국어대 교수·정치외교학) 윤건차(서울대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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