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중국을 이끄는 '경제 4두 마차'
  • 베이징/강효백(자유기고가) ()
  • 승인 2001.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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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상하이/장강 델타/베이징, IT산업 등 발판으로 '고속 성장' 견인
2002년 임오년(壬午年), 말(馬)의 해를 맞이하여 중국의 가장 오래된 시집 <시경(詩經)> ‘국풍(國風)’편에서 한 수를 적어본다.


‘숙(叔)은 사냥하러 황색 마차를 탔네/가운데 두 마리 힘세어 앞 달리고 양편 말이 뒤져 기러기 행렬인 듯 숲속에서 숙은 큰 불 질러 사냥하네/활쏘기 솜씨랑 말머리 꺾어 달리다 당기는 모양 하며 활집 채로 쏘는 솜씨 뛰어난 재간이네’.



오늘날 중국에서는, 네 마리 말이 끄는 또 다른 ‘숙(叔)의 경마’가 벌어지고 있다. 네 마리 말은 광둥(廣東), 저장(浙江)과 장쑤(江蘇)의 장강(양쯔강) 델타 지역, 그리고 상하이(上海)와 베이징(北京·톈진 포함)이다.
중국 전체 면적의 5%에도 못 미치는 이 곳에서 뿜어내는 경제력은 놀랍다. 중국 전체의 GDP, 외자 유치액, 수출 총액 등 각종 경제 지표의 75% 이상을 점할 정도이다. 또한 2001년도 중국 100대 업체 기업주 가운데 이 지역 출신은 54명이고, 본사를 이곳에 두고 있는 기업 수는 전체의 3분의 2를 넘어선다(오른쪽 표 참조).


중국 경제 발전을 견인하는 4개 핵심 지역을 경주마의 특성과 대비해 풀어보면 꽤 흥미롭다. 경마장에서 사람들은 경주마를 주행 습성에 따라 대충 선행마(先行馬)·도주마(逃走馬)·선입마(先入馬)·자유마·추입마(追入馬)로 나눈다. 출발선에서부터 기선을 잡는 경주마가 선행마이다. 도망치듯 달리다가 추월당하면 쉽게 전의를 상실하는 말은 도주마라고 한다. 경기 초반에 두세 번째로 달리며 1착을 노리는 말은 선입마, 경기 초반 힘을 비축했다가 막판 뒤집기를 잘하는 말을 추입마라고 부른다. 끝으로 기수의 말 다루는 솜씨와 전략에 따라 순발력·추입력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말이 자유마이다.


광둥-앞에서 치고나가는 ‘선행마’


1970년대 말엽이다. 중국인은 아직 대부분 ‘누가 내 철밥통을 깨뜨린다면(해직시킨다면) 난 톈안먼에서 뛰어내려 죽어버릴 거야’라며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벌써 그 무렵 ‘누가 철밥통을 깨뜨린다면 나는 등용문을 향해 튀어오를 거야’라며 과감히 소매를 걷어붙인 사람들이 있었다. 광둥인이 바로 그들이다.


1979년 중국 정부는 선전(深川)·주하이(朱海)·산토우(山頭) 등 주로 광둥 지역에 경제 특구를 개설했다. 그리고는 외국 투자자에 대한 우대 조처를 통해 서방의 자본 및 기술과 경영 기법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광둥의 광고 대리점인 바이마(白馬)는 1985년 광저우 미술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창립하여 건강식품 ‘아폴로’의 광고를 히트시키면서 떠올랐다. 이러한 신흥 기업인들이 현재 광둥 경제의 주력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광둥 번영의 원동력은 외지에서 몰려온 5백만 노동자이다. 직장을 얻지 못한 외지인 중 일부는 길거리에서 유랑하고 있다. 휘황한 광둥의 이면에서는 상품의 적정 가격제가 무시되고 불법 상품이 난무하며, 조직 폭력과 마약 밀매·밀수 등 각종 사회악이 판친다.


















































































2001년 중국 대륙의 100대
기업체



 



본사
소재지 수



출신
기업주 수



국토에서
차지하는비율



광둥



14



8



2.3%



상하이



15



9



0.06%



저장



16



17



1.05%



장쑤



6



8



1.05%



합계



22



25



2.1%



베이징



12



8



0.18%



텐진



5



4



0.12%



베이징+텐진



17



12



0.3%



위4개지역합계



68



54



4.8%



기타지역



32



46



95.2%



총계



100



100



100%



 



중국의 개혁 개방 20년을 이끈 선행마 광둥의 경제 기력은 최근 쇠잔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곳에 들어온 외자는 주로 홍콩·타이완·싱가포르 등 화교의 중소 자본으로서 그들은 위탁 가공이나 노동 집약적 산업에만 투입되어 있다. 이것이 투기 심리는 부추긴 반면 한 차원 높은 경제 발전을 지속시킬 뒷심을 약화시켰다. 그런 면에서 광둥은 출발선에서부터 기선을 잡는 선행마였으나, 초반에는 도망치듯 달리다가 한번 추월당하면 쉽게 전의를 상실하는 도주마인 셈이다. 그러나 아직은 ‘썩어도 준치다’. 광둥은 오늘날 중국 경제 4두 마차에 없어서는 안될 준마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상하이-순발력 뛰어난 ‘자유마’


덩샤오핑(鄧小平)은 말했다. “중국의 미래는 상하이에 달려 있고, 상하이의 미래는 푸둥(浦東)에 달려 있다.” 그가 이토록 애지중지한 상하이 푸둥은 어디인가. 푸둥은 중국 경제 제1 도시인 상하이 시내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황푸(黃浦)강의 동쪽 땅. 서울로 치자면 강남인 셈이다.


1990년대 들어 중국 정부는 대외 개방에 대한 인식을 광둥의 실험실 차원에서 실제적 차원으로 전환했다. 상하이를 경제·무역·금융 중심으로 건설하여 전체 장강 유역 지역 경제의 발전을 촉진한다는 발전 계획을 제시했다.


지금 상하이에서는 이 계획을 확장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상하이를 중국 개혁 개방 정책의 중점 지구이자 21세기 아시아의 ‘신경제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도 그 중 하나다. 상하이의 최근 10년은 하루에 천리를 질주한 천리마였다. 지금 상하이는 중국의 다른 도시와 밥그릇을 다투지 않는다.


상하이의 동쪽 푸둥에는 반도체를 비롯한 IT(정보통신) 산업 기지가, 남쪽에는 중국 최대의 석유화학 기지 진산(金山)이 있다. 상하이의 서쪽에는 독일의 폴크스바겐과 합작한 상하이 산타나 자동차의 국제자동차단지가, 북쪽에는 한국의 포항제철 격인 바오산(寶山) 강철이 자리 잡고 있다.


또 ‘21세기는 금융의 시대’라는 말에 걸맞게 상하이는 국제 금융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1백25개 가운데 과반수가 넘는 69개가 상하이에 진출했다. 상하이GM·모토롤라·IBM·지멘스·소니·HP·벨 등 세계적 첨단 기업들이 모두 상하이에 몰려 있다. 중국 돈은 물론이고 국제 자본과 첨단 기술이 상하이로 몰려든다. 상하이는 기수의 기승술과 전략에 따라 순발력과 추입력을 자유자재로 발휘하는,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천하무비(天下無比) 자유마라고 할 수 있다.


장강 델타-뒷심 짱짱한 ‘선입마’


상하이를 기점으로 부챗살 모양으로 잘 뻗은 고속도로를 타고 교외로 나가면 어디를 가나 끝날 줄 모르는 대평원을 만난다. 평원은 대개 논으로 경작되는데, 점점이 촌락을 이루는 농가는 전부 2층 양옥집이다. 바로 이곳이 장강 델타. 중국 제1의 곡창으로 더할 나위 없이 풍족한 지역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중국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들이라는 평판을 유지하고 있다.


상하이 남쪽 저장성 출신 상인은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장사꾼들이다. 또한 중국의 비단 생산량 1위인 저장성은 그야말로 ‘비단이 장사 왕서방’들의 본고장이다. 특히 닝보(寧波)·항저우(杭州)·샤오싱(紹興)·원저우(溫州) 출신들의 상술, 보따리 상인들의 인해전술·임전불퇴·소상품 다판매·박리다매 전략은 ‘천하무적’이다.


상하이 북쪽 장쑤성도 저장에 비해 손색이 없는 상공업의 요람이다. 쿤산(昆山)의 IT 부품 단지, 쑤저우(蘇州)의 반도체 산업 단지 그리고 창저우(常州)·우시(無錫)·난징(南京)으로 이어지는 첨단 산업 단지는 이미 상하이를 추월했다.


2000년 한 해 동안 저장성과 장쑤성의 GDP 합계는 상하이의 1.8배였다. 상하이가 타고난 자유마라면, 장강 델타는 다른 경주마가 옆에서 뛰면 더 마구 달리는 천성에, 기회가 오면 선두로 나서는 습성까지 지닌 선입마라고 할 것이다. 중국 경제 경마장 사람들의 관심은 1990년대 후반부터 장강 델타의 선입마에 쏠리고 있다.


베이징-최후 승자 노리는 ‘추입마’


상하이에서는 정치와 관련한 화제를 꺼내는 택시 기사를 만나기 쉽지 않지만, 베이징의 택시 기사는 중국의 전·현직 지도자와 부인·자녀들, 심지어 그들의 숨겨놓은 애인의 정치 성향과 습성까지 침을 튀기며 소상히 말해줄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많다.




상하이가 경제와 사람의 도시라 한다면 베이징은 정치와 역사의 도시다. 베이징은 지금까지는 영락없이 정치·문화의 수도일 뿐이었다. 2000년 말 현재 GDP는 중국 전체 GDP의 2%를 간신히 넘고 상하이의 60% 정도에 불과하다. 인근에 있는 중국 제2의 항구 도시 톈진을 합쳐야 겨우 상하이의 90%에 접근할 만큼 중국 수도권의 경제나 무역은 형편없다.


그러나 새천년에 들어서면서부터 수도 베이징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경마에서 무리의 끝에 따라 가다가 비축한 힘을 막판에 쏟아 부으며 무섭게 달리는 추입마처럼. 2001년 1월18일자 중국의 〈징지르바오(經濟日報)〉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1980년대를 광둥성의 선전, 1990년대를 상하이 푸둥이 중국의 발전을 대표했다면, 21세기는 베이징의 중관춘(中關村)이 대표할 것이다.’


중국의 실리콘 밸리라고 불리는 베이징의 중관춘을 중심으로 중국 인터넷 산업과 컴퓨터 산업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베이징(北京)·칭화(淸華) 등 중국 명문 대학과 중국과학원 등 두뇌 집단이 몰려 있는 이곳에는 벌써 미국의 IBM·GE, 일본의 미쓰비시 등 세계적 기업들이 2백 개나 입주해 있다. 중관춘은 아시아 최대의 컴퓨터 제조업체로 떠오른 리앤샹(聯想)과 베이다팡정(北大方正)·쓰통(四通) 등 중국 첨단 소프트 웨어 업체 등을 탄생시켰다.


더욱이 2001년 7월13일, 2008년 올림픽 베이징 유치 결정 소식은 중국 경제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올림픽에 대비하여 중국 정부는 3백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올림픽 유치로만 중국의 경제 성장률을 해마다 0.3% 증가시키는 효과를 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지금 새롭게 박차를 가하고 있는 추입마 베이징의 질주 추세는 2008년 올림픽까지는 너끈히 지속될 전망이다.


광둥과 상하이, 장강 델타와 베이징. 이들 중국 경제 4두 마차의 형세는 이 글 서두의 시구 ‘가운데 두 마리 힘세어 앞 달리고 양편 말이 뒤져 기러기 행렬인 듯’한 형용 그대로다. 그러나 이들 네 마리 말의 역량과 그 발전 추세는 가변적이다. 더구나 경마 성적이 기수들에게 달려 있듯이, 최고 정치 지도자의 지도력에 따라 이들 지역의 성패도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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