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생태/<석유 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
  • 윤순진 (서울시립대 교수·행정학) ()
  • 승인 2002.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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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가뭄 적시는 성찰과 반성의 ‘단비’



일상적인 삶을 살면서 우리는 에너지에 대해 얼마나 생각할까? 우리네 삶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는 이루어지기 힘들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풍부한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이 주요한 사회 과제가 됨에 따라 대량 공급이 가능하고 수송과 저장이 용이한 화석 연료와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 불리는 핵 에너지를 제공하는 우라늄이 주요한 에너지원이 되었다. 희소성과 국지성으로 인해 화석 연료와 우라늄은 세계적인 규모의 생산·유통 구조를 통해 대량 생산·소비된다. 석유는 세계 에너지 소비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중심적인 에너지원이 되고 석유를 대신해서 전력을 생산하는 에너지원으로 원자력 발전이 눈길을 끌게 된다. 바야흐로 ‘석유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필렬 교수는 ‘석유 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화석 연료와 우라늄은 필연적으로 언젠가 고갈될 수밖에 없다. 이로써 닥칠 위기에 대한 아무런 대비가 없다면 석유 시대의 에너지 체제는 비극적 운명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지적한다. 석유 시대가 지속되는 한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전쟁의 위험은 높아가고, 에너지 사용을 통해 공기와 물과 땅이 더렵혀지고 파괴되어 생태계가 교란된다. 일반 시민은 에너지 권력의 권위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어 에너지에 대한 통제력을 가질 수 없으며, 에너지 생산과 소비가 가져오는 편익과 비용이 형평성 있게 배분되지 못하는 문제는 계속해서 야기된다.


<석유 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는 에너지 문제에 대한 폭넓고도 깊이 있는 조명을 통해 이 시대 에너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해부해 보인다. 석유 시대의 에너지 이용 방식이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성찰과 반성을 토대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고 설득하며, 그 길을 어떻게 열어갈 수 있는지 일깨워준다. 결국 한 지역의 경계 안에서 지속적으로 재생산이 가능하고 소규모의 분산적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그러기에 민주적인 통제가 가능하면서 형평성을 기할 수 있는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성 향상만이 석유 시대의 중첩된 위기―고갈 위기와 과학 기술 위기, 생태계 위기, 그리고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며, 이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정책 결정자들의 정책적 지지를 통해 실현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추천인:김종철(영남대 교수·<녹색평론> 발행인) 김혜정(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임성진(전주대 교수·정치경제학) 최재천(서울대 교수·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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