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꾸거나 아주 없애거나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3.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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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 ‘대안’은 없나/‘로스쿨’ ‘1+1 제도’ 도입 등 논의 만발



'사법연수원을 폐지하고 로스쿨(law school·법학 전문 대학원)을 도입해야 한다’. 법률 전문가들이 오래 전부터 제시해온 연수원 개선 방안은 몇 갈래로 나뉘지만 명료한 편이다. 각 대학마다 로스쿨을 신설해 대학원 과정을 마친 사람에게 변호사 자격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주고, 경력 10년이 넘는 변호사들을 판검사로 임용하자는 주장이다.



로스쿨은 미국에서 개화한 제도이다. 미국은 대학에 법학 학부 과정이 없는 대신 3년제 법과 대학원인 로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로스쿨을 수료한 사람이 변호사 자격 시험을 통과하면 각 주의 변호사협회에 등록해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 미국은 연방 법원 판사는 대법원이 임명하고, 각 주의 판검사는 주지사가 변호사 경력자 가운데서 임명한다. 유권자들이 직접 선출하는 지역도 있다.



한국과 가장 비슷한 법조인 양성 체제를 가진 일본도 내년 4월부터 3년제 로스쿨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역시 연수원 수료생 가운데서 판검사를 임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연수원생들이 판검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적기 때문에 연수원 입학 단계에서부터 과열 경쟁을 빚지는 않는다.
국내에서 로스쿨 도입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 논의되었다가 대학마다 로스쿨을 설립할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교육비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무산되었다. 김영삼 정부 때 로스쿨 도입에 반대했던 대법원은 최근 로스쿨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또 다른 대안은 가칭 ‘한국 사법 대학원’을 설립하자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논의되었는데, 교과 과정 2년과 실무 연수 1년을 교육 기간으로 하는 3년 과정의 실무 교육 대학원을 설립하자는 것이다. 대법원이나 법무부가 관장하는 독립 법인으로 하되 사법대학원생 신분은 준공무원이 아닌 학생으로 하고 장학금 혜택을 주자는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었지만, 법무부가 아닌 민간 교육기관이 법조인 양성을 맡아야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논의가 중단되었다.



연수원생 평가 시험 이원화 주장도



연수원을 폐지하는 대신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개선하자는 절충형 대안도 있다. 연수원 연수 기간을 1년으로 줄이고, 연수원생이 선택한 판사·검사·변호사 직역 별로 1년 동안 연수를 받도록 하자는 이른바 ‘1+1 방안’이다. 대법원은 지난 2월3일 ‘21세기 사법 발전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1년은 연수원에서 공통 실무를, 1년은 직역별 실무를 연수하는 '1+1(2)' 제도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 현실성이 높아 보인다.
연수원의 연수원생 평가 제도를 바꾸자는 주장도 있다. 지난 1월 참여연대의 ‘법조인 양성제도- 사법연수원을 바꾸자 토론회’에서 사법 연수 제도의 문제점을 발표했던 김형남씨(33기 연수원 자치회 기획실장)는 “수료자 가운데 다수가 변호사로 진출하는 현실을 감안해 연수원 평가 시험을 변호사 자격 시험과 판검사 임용 시험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이 도입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승수 변호사(35·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는 “변호사로 진출하려는 연수원생들의 처지에서는 2년 동안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급여를 받으면서 허송 세월 하는 셈이 된다. 현행 연수원은 당장 폐지하고 변호사협회가 변호사 실무 연수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라며 연수원 폐지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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