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일본의 오판?
  • 남문희 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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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일본인 가짜 유골 반환 소동…북한 강경 대응으로 운신 폭 줄어
‘가짜 유골 사건은 방위청 소속 정보기관의 판단 착오와 과욕이 불러온 참변’이라는 것이 최근 일본 내 동향을 분석해온 국내 및 중국 정보계의 판단이다. 방위청을 중심으로 한 우익 재무장 세력이 신방위계획대강 발표(12월9일)를 하루 앞두고 일본 국내 여론의 지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사건화했으나 결국은 일본의 발목을 붙잡고 말았다는 것이다.

가짜 유골 사건은 북한에 납치된 요코다 메구미라는 여성의 유골을 북한으로부터 넘겨받아 DNA 조사를 한 결과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나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다. 일본은 일본대로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철회 및 경제 제재와 인권법 제정까지 들먹이고 있고, 북한은 북한대로 유골 반환 및 대화 중단을 선언하는 등 극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상식으로 보면 요코다 씨 유골이 가짜라는 일본의 주장이 크게 틀린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북·일 실무 접촉에서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기로 사전에 약속했는가 하는 점이다. 북한 체제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몇 년 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메구미 씨의 유골이 아직까지 남아 있으리라고 처음부터 기대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기 때문이다. 정보 전문가들은 그녀의 유골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양측 교섭 실무진 사이에 묵계 같은 것이 있었으리라고 본다. 즉 유골 전달은 양국간 교섭을 돌파하기 위한 일종의 요식 행위 정도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 방위청 소속 정보기관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1996년 육상 및 해상 자위대 소속 정보기관이 방위청 산하로 통폐합되면서 이들의 목소리가 일본 정보업계를 석권하기 시작했고, 특히 이들이 그동안 북한과 중국을 주적으로 하는 방위계획 입안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그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잠수함이 일본 영해를 침범한 사건 이후 이들의 반 중국 목소리는 제어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부시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이 당연히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해 강경책을 고수하리라고 오판하고 한반도 정세를 안이하게 판단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당분간 부시 정부의 강경 노선에 편승해 군사 대국화에 전념해도 되리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이같은 독주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새해 들어 북한이 일본과의 비공식 대화 채널 3개를 모두 폐쇄하겠다는 초강경 대응을 전하면서 고이즈미 총리가 당황해 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또한 내각조사실 등 한반도통들도 일본이 너무 멀리 가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독자 해법을 추구하고 나설 경우 미국 역시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고이즈미 방북 등 일본 카드 활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일본의 역주행이 계속될 경우 미국이 운신할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대일 감정이 최악의 상태인 북한이 그때 일본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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