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이 뭉쳐 ‘큰일’ 낸다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5.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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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작가 기획사 에이스토리, 공동 집필·사전 제작 시스템 구축 나서
드라마를 둘러싼 방송 권력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드라마 제작 역량을 가진 외주 제작사의 입김이 세지면서 방송사로부터 독립성을 획득하고 있고,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인기 스타들은 방송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드라마를 둘러싼 권력 재편의 핵심에 드라마 작가도 있다.

드라마 작가의 세력화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허준> <올인>을 쓴 최완규 작가가 만든 에이스토리다. 정성주(<신데렐라> <장미와 콩나물> <아줌마>) 이선희(<모델>) 정형수(<다모>) 등 인기 작가가 모여 있는 에이스토리는 최초의 드라마 작가 기획사이다.

최씨가 작가 기획사를 구상하게 된 것은 10여년 전 드라마 <종합병원>의 대본을 집필하던 시절로 거슬러올라간다. 6개월 동안 병원에서 레지던트 의사들과 함께 새우잠을 자며 취재해 대본을 썼지만 혼자서 전문 의료 드라마를 쓰기는 버거웠다. 10명이 넘는 작가가 공동 작업을 해서 완성도 높게 만들어진 미국 드라마 를 보고서 그는 전문 드라마를 위한 작가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김종학프로덕션도 드라마 작가팀 구성

에이스토리 작가들은 최지우 주연으로 중국에서 방영한 <101번째 프로포즈>와 인기 드라마 <해신> 대본을 공동 집필하고 있다. 정형수 작가를 중심으로 <삼한지>를 기획하고 있기도 하다. 최씨는 “작가의 카리스마에 의존할 수 있는 작품이 있는 반면 집단적인 역량에 의존하는 드라마도 있다”라고 말했다.

에이스토리가 중점을 두는 것은 작가를 중심으로 드라마 사전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영화처럼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충분히 가져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정형수 작가는 “<다모>가 성공했던 것은 부분적으로나마 사전 제작 시스템으로 제작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사전 제작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최씨가 에이스토리 팀에서 역점을 두는 것은 ‘원 소스 멀티 유즈’를 통해 드라마 대본의 부가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특히 그가 관심을 두는 분야는 대본을 소설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는 “지금 우리 소설은 서사가 약하다. 극적 재미를 가진 소설이 별로 없다. 드라마를 소설화해서 마이클 클라이튼이나 존 그리샴의 소설처럼 이야기가 재미있는 소설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풀하우스><오필승 봉순영><해신>의 연이은 성공으로 방송가 블루칩으로 떠오른 김종학프로덕션 역시 작가팀을 구성했다. 초기에 스타 PD 스카우트에 집중했던 김종학프로덕션은 3~4년 전부터 역량 있는 작가를 영입하는 데 공을 들였다. 송지나(<모래시계> <카이스트>) 김영현(<대장금>) 강은경(<오 필승 봉순영) 민효정(<풀하우스>) 정성희(<국희>) 등 10여 명이 김종학프로덕션에 영입되었다.

김종학프로덕션이 억대 스카우트 비용을 들이며 작가들을 영입하는 것은, 드라마의 경쟁력이 작가의 펜 끝에 달려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종학프로덕션 박창식 제작이사는 “좋은 대본에서 나쁜 드라마 안 나오고, 나쁜 대본에서 좋은 드라마 안 나온다. 대본은 드라마의 씨앗이다. 앞으로 스타 중심의 드라마보다 좋은 이야기를 가진 드라마가 살아 남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스타 작가들은 자신의 개성을 드라마에 확실하게 구현하기 위해 드라마 제작에도 직접 나선다. 부부 작가인 이선미·김기호 씨는 <발리에서 생긴 일> 제작에 관여했고, 김규원씨는 소설가 박경리씨로부터 <토지> 판권을 구해 드라마 제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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