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일은 무엇이든 했다?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3.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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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완, 주가 조작 의혹도 받아…최규선과 함께 금강산 카지노 사업 추진
무기거래상 출신 수백억원대 재력가인 재미 사업가 김영완씨(50·해외 체류)에 대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김씨에 대해 대북 송금 특검팀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2000년 4월께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는 1백50억원어치 양도성예금증서(CD) 돈세탁을 주도했던 인물이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3월31일 발생한 서울 평창동 자택 100억원대 강도 사건을 경찰 고위 간부의 도움으로 해결했고, 서대문경찰서 강력반 형사들을 사설 경찰처럼 부린 것으로 밝혀져 세상을 놀라게 했다.

김영완씨는 정·재계 정보통들조차 그에 대해 ‘구름 속의 인물’이라고 말할 정도로 베일에 싸여 있다. 서울 청운동 태생인 김씨는 의사 부부인 부모 덕택에 별 어려움 없이 자랐고, 중앙고(62회)와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71학번)를 졸업한 뒤 유산을 꽤 많이 물려받았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2반 소속 한 경찰관은 “부자인 데다 신사답고 훤칠한 외모가 홍콩 영화 배우 저우룬파(周潤發)를 닮았더라”고 말했다. 김씨의 한 친구는 “졸업한 뒤 통 소식이 없다가 3∼4년 전부터 동창 모임에 비서나 경호원을 데리고 나타났다. 근황을 물어보면 ‘사업한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김영완씨는 1990년대 중반까지 무기거래상으로 활동했다. 1980년대 후반 미국 보잉 사의 국내 대리 회사인 ‘삼진통상’대표를 맡아 국방부의 CH 470 헬기 수입에 관여했던 김씨는, 1990년 국정감사를 준비하며 국방부의 무기 도입 의혹을 파헤치던 당시 평민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 권노갑씨와 인연을 맺었다.


<중앙일보>는 최근 ‘권노갑씨가 1999년 4월부터 2001년 7월까지 한때 김영완씨 소유였던 평창동 ㅅ빌라에서 거주했고, 김씨의 식사 모임에도 초대받았다’고 보도했다. 권씨가 살았던 ㅅ빌라는 2000년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이 자주 찾아가 권씨에게 국정원 고급 정보를 보고했고, 그 해 7월 진승현씨와 함께 방문해 5천만원이 든 돈가방을 건넸다고 해서, 지난해 5월 서울지검 특수1부가 현장 검증까지 했던 집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김영완씨와 ‘동교동계 자금 창구’로 통했던 권씨가 단순한 관계를 맺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

김영완씨는 1990년대 중반부터 부동산 임대업과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벌었고, ‘증권가의 보이지 않는 큰손’으로 자리를 굳혔다. 김씨의 자금은 증권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고교 후배 임태수씨를 통해 증권·채권 시장에서 운용되었다. 명동 사채 시장 전문가 장 아무개씨와 허 아무개씨가 주로 김씨가 가져다주는 ‘은밀한’ 돈을 세탁했다. 이들 세 사람은 특검팀 활동을 전후해 하나같이 종적을 감추었다.

김영완씨가 최근까지 국내에서 직·간접으로 운영한 회사는 모두 3개로 밝혀졌다. 김씨는 서울 무교동 시그너스빌딩 4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금융컨설팅회사 (주)J&C캐피탈(대표 박휘준)의 대주주이다. J&C캐피탈은 지난해 12월 31억원을 투자해 국내 홈비디오 시장의 36%를 점유하고 있는 (주)엔터원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주)엔터원(대표 박휘준)은 1999년 홈비디오 보급 업체인 새한을 인수한 뒤 코스닥에 상장하여 주당 액면가 1000원짜리 주식이 2000년 12월에 31000원까지 폭등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주당 630원까지 곤두박질해 작전 세력이나 큰손 개입설이 끊이지 않았다. J&C캐피탈 사장 박씨와 직원들은 1주일 넘게 출근하지 않고 있다.

김영완씨는 또 서울 청담동에 있는 부동산개발업체 ‘맥스D&I’(사장 오세천)의 지분 48%를 보유한 대주주이고, 같은 건물에 있는 ‘EIR 크리에이티브’(대표 오세우)라는 회사의 이사로 재직했었다. 맥스D&I는 강남에서 원룸사업을 시작했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 부동산에도 투자하고 있다. 김영완씨는 주식 투자와 사채 운용, 부동산 개발로 벌어들인 돈을 바탕으로 상류층 인사들과 교류했다. 김씨가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은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장·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권영해 전 안기부장·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김태정 전 법무부장관·김우식 전 연세대 총장 등이다.

김영완씨는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들과 따로 친분을 맺어 자신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해도 외부에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을 지낸 오세천씨(50)와 김대중 정부 때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있던 박종이씨(46)가 대표적이다. 김씨는 1980년대 후반 오세천씨가 민정당 홍보부장으로 일하던 때부터 친분을 맺은 뒤 지난해 오씨에게 맥스D&I 사장 직을 맡겼다.

김영완씨는 또 경찰 내부에서 ‘박지원 실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박종이 경감이 청와대 사직동팀에서 일할 때(1998∼2000년)부터 친분을 맺어왔다. 김씨는 이런 권력 실세와의 인연을 바탕으로 지난해 3월과 7월 자신의 평창동 빌라에 강도가 들어 100억원이 훨씬 넘는 현금과 채권이 털리고 금고를 탈취당했는데도 외부에 소문 나지 않게 해결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2000년부터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장과 김영완씨가 박지원 전 비서실장에게 집요하게 사업권 허가를 요구했던 ‘금강산 카지노’ 사업에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43)도 개입했었다는 점이다. 최규선씨의 운전기사 겸 비서를 지낸 천호영씨(39)는 최근 <시사저널>에 “최규선씨가 2001년부터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과 자주 만나 금강산 카지노 사업을 함께 추진했었다”라고 제보했다.

최규선씨는 정몽헌 회장과 김윤규 사장이 2001년 말과 2002년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했을 때 카지노 업자들과 만남을 주선했다. 최씨는 미국 카지노 업계 인사들과 잘 아는 스티븐 솔라즈 전 하원 의원이 2001년 6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정회장과 김사장을 만나도록 도왔다. 때문에 현대아산이 금강산 카지노 사업과 관련해 국내 허가 문제는 김영완씨에게, 외자 유치나 미국 카지노 업체에 줄을 대는 문제는 최씨에게 맡기는 형태로 역할 분담을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철저히 조사하면 금강산 카지노 추진 사업과 관련된 또 다른 게이트가 시작될 수 있다. 숱한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영완씨의 귀국이 늦어질수록 그를 둘러싼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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