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선 8부 능선에 오르다
  • 워싱턴/변창섭 (cspyon@sisapress.com)
  • 승인 2000.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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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케인 누르고 압승… 대통령 후보 지명 ‘청신호’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해온 조지 W. 부시(54) 후보와 존 매케인(63) 후보 간의 우열이 지난 2월19일 끝난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 선거를 고비로 확연히 드러났다.

이 날 개표 결과 부시 후보는 매케인 후보를 53% 대 42%로 크게 앞질러 후보 지명전에서 결정적인 고지를 점령했다. 그는 특히 이번에 승리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대의원 37명 가운데 34명을 확보함으로써 대의원 총수(61명)에서도 매케인(14명)을 압도하고 있다.

자신의 승리가 확인된 직후 부시는 연설을 통해 앞으로 2백63일 뒤에 클린턴과 고어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며 마치 공화당 후보 지명권을 딴 듯 기염을 토했다. 특히 연설 맨 마지막에 매케인을 가볍게 한 번 언급함으로써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상대가 아님을 내비쳤다.
베트남 참전 용사, 매케인에 등돌려

사실 이번 사우스캐롤라이나 선거는 부시나 매케인 모두 꼭 이겨야만 하는 절체 절명의 승부처였다. 특히 뉴햄프셔 주 예비 선거에서 매케인에게 허를 찔린 부시는 이번에도 패할 경우 대선 후보 자리를 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짓눌려 있었다. 이에 반해 뉴햄프셔 선거 결과에 고무된 매케인은 비록 사우스캐롤라이나 주가 극우파 보수주의자들이 극성을 부리는 곳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개혁 메시지가 통할 경우 부시를 무난히 꺾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최종 집계 결과 투표자 60여만 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30만1천50표가 부시 쪽으로 몰렸다. 반면 매케인은 23만7천8백88표를 얻는 데 그쳤다. 예상했던 대로 투표에 참가한 무소속 유권자와 민주당원 10명 중 8명이 매케인을 찍었다. 그러나 기대를 걸었던 많은 베트남전 참전 유권자가 투표 당일에 부시 쪽으로 몰린 것도 매케인에게는 타격이었다.

뉴햄프셔 주 승리의 여세를 몰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마저 부시를 압도할 경우 후보 지명권을 따낼 것으로 믿었기에 이번 패배는 매케인에게 특히 고통스러웠다. 다른 주와 달리 사우스캐롤라이나만큼은 일반 유권자들이 특정 정파와 상관없이 원하는 후보를 찍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주였기에 더욱 그랬다. 따라서 앞으로 공화당원만 투표에 참가할 수 있는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리는 대부분의 주에서 매케인은 부시에게 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이번 승리를 계기로 부시는 뉴햄프셔 주에서 입은 정치적 상처를 깨끗이 잊고 선두 자리를 되찾게 되었다. 물론 이번 승리를 위해 그는 온건한 캠페인에서 벗어나 대대적인 매케인 공략 작전에 나섰다. 그는 낙태 문제와 같은 보수주의 쟁점 사항을 놓고 모호한 태도를 보인 매케인과 뚜렷한 선을 그었다. 또 투표일을 며칠 앞두고는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매케인을 ‘워싱턴 썩은 정치의 한통속 인물’로 몰아붙였다. 이를 위해 부시 진영은 텔레비전 광고비로 3백만 달러를 투입했다. 지난해 6천8백만 달러의 선거 자금을 모았던 부시의 ‘실탄’은 이미 절반 이상이 쓰인 상태다. 오는 3월7일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한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고작 대의원 37명이 걸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전투를 위해 이러한 규모의 광고비를 투입한 것 자체가 하나의 이변이었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슈퍼 화요일에 쏠려 있다. 이 날 미국 50개 주 가운데 대의원 1백62명이 걸린 캘리포니아 주, 1백1명이 걸린 뉴욕 주를 포함해 13개 주에서 예비 선거 또는 당원대회가 일제히 열려 전당대회 대의원 6백25명 선출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추세라면 부시 후보가 대통령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1천35명을 선점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무엇보다 부시는 주지사 50명 가운데 30명, 공화당 상원의원 55명 가운데 35명으로부터 지지 다짐을 받아놓을 만큼 당내 기반이 든든하다. 반면 당내 조직과 선거 자금 등 모든 면에서 열세인 매케인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패함으로써 앞날이 더욱 어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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