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주택’ 소문 김홍걸씨 유학 생활 진상
  • 로스앤젤레스·姜龍錫 편집위원 ()
  • 승인 2000.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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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관할 등기소 등 통해 ‘시세 50만 달러 주택 소유’ 확인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37)는 국회의원인 장남 홍일씨나 아태재단 부이사장인 차남 홍업씨와 달리 조용한 유학 생활을 해왔다. 고려대를 졸업한 홍걸씨는 부인 임미경씨(37)와 결혼한 뒤 1994년 미국에 유학왔으며, 현재 남가주 대학(USC)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홍걸씨는 아버지가 야당 총재를 지낼 때나 대통령이 되어서도 조심스레 생활해 왔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홍걸씨는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한인 타운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조차 꺼렸다고 한다. 최근 이신범 의원이 ‘홍걸씨 호화 주택 거주 의혹’을 제기한 후, 기자들이 홍걸씨의 토랜스 집으로 몰려오자 그제서야 인근 주민이 알았을 정도였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외가쪽 친척이나 몇몇 친구들과 만나는 외에는 집과 학교를 오가는 평범한 생활을 해 왔다. 그는 원래 성격이 극히 내성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잘 아는 사람에 따르면,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가택 연금 되는 등 탄압받는 것을 보고 자라서인지 사람들과 잘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소한 차림에 대인 관계 별로 없어

홍걸씨는 또 검소한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남가주 대학은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미국에서 알아주는 사학 명문이다. 학비가 상당히 비싼 이 학교에는 한국에서 내로라 하는 사람들의 2세가 많이 재학하고 있다. 특히 기업인 2세들이 많이 다니는 경영대학원에는 포르셰 같은 고급 차를 모는 한인 유학생들이 꽤 있다.

홍걸씨는 미국에 온 이후 1993년식 혼다 어코드를 계속 타다가 지난해에 도요타 솔레로로 바꾸었다. 새 차는 투도어에 스포츠카 스타일이기는 하나 가격은 미국 중형차 가격인 2만 달러 선이다. 부인 미경씨는 미국에 오자마자 마련한 혼다 어코드 스테이션 왜건을 7년째 타고 다닌다.

캠퍼스에서 가끔 홍걸씨를 보았다는 한 유학생은 “항상 회색 아니면 감색 면바지에 티셔츠를 입는다. 같은 색 옷이 몇벌이나 있는지, 아니면 매일 빨아 입는지 모르지만 언제나 똑같은 바지를 입고 다닌다. 걸을 때는 곁눈질 한 번 안하고 앞만 보고 걸어가는 스타일이다”라고 말했다.

주량이 맥주 한두 병 정도에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홍걸씨의 유일한 옥외 취미는 골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타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른다. 워낙 만나는 사람이 없어 라운딩은 한달에 한 번 정도 한다. 바깥 출입을 삼가는 홍걸씨는 독서와 텔레비전 시청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통령의 아들이 아닌 보통 유학생으로 사는 홍걸씨가 왜 구설에 오르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 홍걸씨와 가까운 한 지인은 “홍걸이라는 사람은 순진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다. 거기에 대인 관계조차 거의 없다시피 하니 기사화할 까닭이 전혀 없다. 추측컨대 대선 후에 홍걸씨를 싸고돌려는 어떤 주위 세력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지 않나 싶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로스앤젤레스에는 대통령 일가와 무기상으로 알려진 조풍언씨의 관계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무성하다.

한편 홍걸씨가 조씨 소유의 ‘2백20만 달러짜리 호화 주택에 살고 있다’는 야당의 주장은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다. <시사저널>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등기소 등을 통해 조사한 바로는 김씨 부부는 1995년 5월1일 중산층 거주 지역인 토랜스의 단독 주택(방 3개, 화장실 2개)을 34만5천 달러에 구입했으며, 현재까지 가족과 함께 사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김씨 부부는 당시 집값의 25%인 8만7천2백50 달러를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코스트 페드 뱅크에서 30년 장기 융자를 받아 지불한 것으로 되어 있다. 현금으로 낸 8만여 달러의 출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달 상환금은 1천4백여 달러로 알려졌다. 김씨 부부는 부동산 시세가 바닥일 때 이 집을 샀는데, 현시세는 45만∼50만 달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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