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성큼 다가선 폭염, 전력 수급 비상
  • 金尙益 기자 ()
  • 승인 1999.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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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폭염, 전력 파동 ‘비상’…절전 생활화해 ‘電列’ 가다듬어야
전기 에너지의 치명적 약점은, 쓰고 남은 돈을 은행에 맡겼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듯이 저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단 생산된 전력은 써버리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생각해 보라. 가정과 사무실과 공장에서 언제 전기 스위치를 올리고 내릴지 예측하기란, 올 김장철에 전국민이 배추 김치를 몇 포기나 담글지 알아맞히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게다가 발전소는 가정의 보일러처럼 아무 때나 켰다 껐다 할 수 있는 기계 장치가 아니다. 당장 전기가 남아돈다고 해서 함부로 발전소의 불을 끌 수 없는 것이다.

배추의 수요·공급에 대한 예상이 어긋나면 반드시 배추 파동이 난다. 그런데 전력 수요가 예상치를 넘어 전기가 끊기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더 큰 혼란이 오게 된다. 배추는 며칠쯤 안 먹고도 버틸 수 있지만 전력 파동이 나면 사회가 올 스톱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전력 예비율이 얼마니 하고 난리 법석이 벌어진다. 설사 남아돌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전력을 넉넉히 생산해야 하는 이유이다.

올해 전력 사정은 과거보다 나을 것 같다. 한국전력은 올해 전력 소비가 IMF 사태의 여파로 소비량이 대폭 줄었던 작년보다 12% 가까이 늘어나리라고 전망하지만, 공급 능력을 그보다 훨씬 높게 잡고 있다.

그런데 전력을 많이 쓸 것을 예상해서 더 많이 공급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생산 조절의 한계가 너무 분명한데도 수돗물처럼 낭비하는 값비싼 전기 에너지를 소비 부문에서 1분 1초라도 아껴 쓸 수는 없는 것일까? 비록 올 여름 내 몸에서 땀 한방울이 더 흐르는 한이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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