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 “북한 고립주의 탈피 뚜렷”
  • 워싱턴·卞昌燮 편집위원 ()
  • 승인 2000.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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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 스탠리 로스 차관보 지적
근래 북한을 보는 미국 정부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음이 미국 고위 관리의 입을 통해 공식으로 확인되었다. 미국 국무부 스탠리 로스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지난 5월8일 국무부에서 열린 한 공개 포럼에서 북한이 과거의 고립주의 외교 노선에서 벗어나 근래 적극적으로 다자 외교를 펼치는 등 획기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이 날 밝힌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북한과 관련해 개별 사안을 언급하기보다는 큰 그림 속에서 현재의 상황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는 한반도에서의 획기적 상황 변화, 특히 북쪽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를 좀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과 1년 전 상황을 비교하는 것이다.

오늘의 북한은 더 이상 ‘은둔의 왕국’이 아니다. 지난 18개월간 북한에서 발생한 가장 흥미로운 일 가운데 하나는 고립주의 외교 노선에서 벗어나 외부 세계와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이탈리아와 수교한 데 이어 호주와 외교 관계를 재개했다. 또 북한은 미얀마와 외교 관계 복원을 위해 진지하게 협상을 진행 중이고, 일본과도 수교 회담 협상 타결을 위해 분주하게 접촉하고 있다. 미국과도 지난 수년간 진지한 관계 개선 협상을 벌여 왔다.

이 모든 것은 북한의 외교 행태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변화가 미국이 우려하고 있는 주요 대외 정책에 대해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1년 전 전격적인 탄도 미사일 실험에 이어 북한은 미사일 실험을 잠정 유예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착착 실천하고 있다. 비록 북한의 실험 유예 조처가 항구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만 외교력 집중’은 오판

이같은 변화를 감안할 때, 우리는 지금까지 북한 외교에 대해 가졌던 가정들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1년 전만 해도 우리는 북한이 단지 미국을 상대로만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잘못 판단했다. 그러나 남북한은 오는 6월 분단 50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이는 분명 중대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또 이를 위한 준비 접촉도 진행 중이다. 북한은 잠재적인 경제적 지원의 원천인 일본과도 본격적인 수교 협상에 나선 상태다. 이렇게 보면 북한이 미국하고만 외교를 펼치려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북한이 한 나라 이상과 동시에 외교 관계 개선 작업을 추진할 수 없으리라고 가정해 왔다. 북한이 미국과 미사일 회담을 하면서 일본과는 수교 회담, 남한과는 4자 회담을 동시에 벌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은 기본적으로 소규모 외교틀에 익숙하고, 또 그런 식의 외교를 벌일 것이라는 가정에 빠졌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역전했다. 우리가 관련해 목격하고 있는 북한의 외교 행태는 다자 외교다. 실제로 북한은 남한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발표하면서, 동시에 5월 중에 로마에서 미국과 제네바 합의 이행과 관련한 실무 회담을, 또 일본과는 수교 회담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와의 관계 개선 노력에서 볼 수 있듯이 아시아 여러 나라와 다자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북한 외교를 평가할 때 기존 모델이나 가정을 고려하는 데 무척 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북한은 분명 과거의 외교 행태에서 탈피해 변화하고 있다.또한 우리는 북한이 한 나라 이상과 동시에 외교 관계 개선 작업을 추진할 수 없으리라고 가정해 왔다. 북한이 미국과 미사일 회담을 하면서 일본과는 수교 회담, 남한과는 4자 회담을 동시에 벌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은 기본적으로 소규모 외교틀에 익숙하고, 또 그런 식의 외교를 벌일 것이라는 가정에 빠졌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역전했다. 우리가 관련해 목격하고 있는 북한의 외교 행태는 다자 외교다. 실제로 북한은 남한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발표하면서, 동시에 5월 중에 로마에서 미국과 제네바 합의 이행과 관련한 실무 회담을, 또 일본과는 수교 회담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와의 관계 개선 노력에서 볼 수 있듯이 아시아 여러 나라와 다자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북한 외교를 평가할 때 기존 모델이나 가정을 고려하는 데 무척 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북한은 분명 과거의 외교 행태에서 탈피해 변화하고 있다.

끝으로 지금까지 필자가 말한 그 모든 것이 언제든 뒤바뀔 수가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이를테면 미국은 이 달 북한과 로마에서 회담을 갖기로 했지만, 북한 고위급 관리의 워싱턴 방문 날짜와 의제가 어떻게 결론 날지는 회담을 해 보아야 알 수 있다. 북한과 일본이 지금껏 수교 회담을 진행해 오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회담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북한의 놀랄 만한 변화를 보며 대단히 낙관적인 생각에 빠져들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모든 변화가 반드시 항구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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