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라 요르단 신임 국왕 등극
  • 崔寧宰 기자 ()
  • 승인 1999.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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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기 등 내부 ‘숙제’ 산적… 미국 도움받아 중동 평화 중재 나설 듯
중동의 외교 달인 후세인 이븐 탈랄 요르단 국왕이 사망했다. 후세인 국왕은 미국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과 이라크를 오가는 절묘한 중립 외교를 펼쳐 요르단의 안보와 중동 평화를 동시에 지켜 온 중동 외교의 거목이었다. 현재 요르단이 미국의 원조를 받으면서도 아랍국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순전히 후세인 국왕 때문이다.

이런 역할을 후계자인 압둘라 이븐 후세인 신임 국왕(37)이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우선 압둘라 신임 국왕은 아버지만한 카리스마가 없다. 그는 성장기의 대부분을 영국과 미국에서 보냈고, 어머니조차 영국인이다. 그는 아직도 아랍어가 완벽하지 못하다. 그래서 그가 연설할 때 요르단 국영 텔레비전은 볼륨을 낮춘다.

그는 또 정치력을 검증받지 못한 신출내기이다. 그는 군 경력만 있을 뿐 정치 경력은 거의 없다. 왕실 내부 사정도 순탄하지 않다. 후세인 국왕은 부인 4명에게서 자녀 12명을 보았다. 이들은 십중 팔구 압둘라 신임 국왕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65년에 왕세자로 임명되어 후세인 타계 직전까지 왕세자 노릇을 하던 숙부 하산의 반발도 문제이다.

군 통치력 이미 96년에 검증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후세인 국왕은 압둘라를 선택했다. 이유는 단 하나. 압둘라가 가지고 있는 군부에 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아랍권에서는 정치 안정보다는 군사력이 국가 안위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압둘라는 군부의 핵심 전력인 특전단 사령관이었다. 지난해 소장이 된 압둘라는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또 그는 정보기관을 영향력 안에 넣어 정국 불안을 해소하고 반대파 도전을 제압할 능력도 가지고 있다. 그는 이런 실력을 96년 요르단 남부 지방에서 발생한 식량 폭동 당시 유감 없이 발휘했다. 또 그의 부인이 팔레스타인 출신이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요르단 국민 60%가 팔레스타인 난민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압둘라 신임 국왕이 당장 풀어야 할 문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국내 문제가 가장 크다. 후세인 국왕 생전 요르단에서 가장 큰 문제는 중동 평화 협상 처리가 아니라 국내 경제였다. 요르단은 현재 경제적으로 거의 사망 상태이다. 공식 실업률만도 30%나 된다. 비공식 통계이지만, 도시 지역 실업률은 40%를 웃돌고 있다. 국내 총생산은 2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경상 수지도 2년 연속 적자였고, 그 규모는 점점 불어나고 있다.

압둘라 신임 국왕의 희망은 미국이다. 미국은 새 국왕을 적극 도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1월 마지막 주에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요르단을 방문했다. 미국은 원래 99년 한 해 동안 2억2천5백만 달러를 요르단에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행정부는 후세인 국왕이 사망하자 추가로 3년간 해마다 1억 달러씩 총 3억 달러를 요르단에 원조하기로 했다.

압둘라 신임 국왕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이라크 사이에서 줄타기도 해야 한다. 먼저 그는 미국이 후원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조약을 밀어붙여야 한다.

지역 안정을 위협하고 있는 이라크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미국과 선을 대고 있는 요르단을 공공연히 비난하고 있다. 현재 요르단에는 이라크인이 수십만 명이나 살고 있다. 이들이 사담 후세인과 연계해 소요를 일으키면 큰 문제이다. 그렇다고 압둘라 신임 국왕이 이라크를 맞받아서 비난할 수도 없다. 걸프 지역 국가들은 8년째 계속되는 유엔의 경제 봉쇄 때문에 고통받는 이라크 국민들에게 동정을 보내고 있다.

중동에서 요르단이 살아 남기는 그야말로 쉬운 일이 아니다. 압둘라 신임 국왕이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이런 상황을 헤쳐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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