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법 여론조사,62%가 “재개정 필요”
  • 김 당 기자 ()
  • 승인 1997.03.1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인권단체협의회 발표… 61%가 “안기부 두렵다”
수수께끼 하나. 나이로는 30대가, 남자보다는 여자가, 촌사람보다는 서울 사람이 더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일까?

해답은 ‘안기부’이다. 2월22∼23일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 남녀 7백3명한테 전화로 물어본 결과가 그렇다.

한국인권단체협의회(상임 대표 김승훈 신부)가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한길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안기부법 재개정에 대한 전국민 여론조사 보고서’(표본 오차 96%±3.7%·이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들에게 ‘안기부라 하면 어떤 느낌이 듭니까?’라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3.3%만 ‘친근한 느낌이 든다’고 했고 61.0%는 ‘두려운 느낌이 든다’고 했다. ‘두려운 느낌’을 응답자 특성으로 보면 △남자(55.7%), 여자(66.2%) △30대(70.2%) △서울 지역(67.4%) △주부층(69.8%)에서 높게 나타났다.

안기부는 신청사 이전을 계기로 ‘국민에 안기는 안기부’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안기부는 여전히 공포의 대상인 것이다. 이같은 공포감은 어디서 말미암는 것일까.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후 안기부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절반이 넘는 52.3%가 동의한 반면 32.6%는 동의하지 않았다. 또 ‘안기부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라는 설문에서 응답자의 절대 다수가 여당이나 정부(72.8%)를 지목한 반면 소수만이 국민(14.1%)을 꼽았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에 노동관계법과 더불어 날치기 통과된 안기부법에 대해서 61.6%가 재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에 재개정할 필요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18.4%에 머물렀다. 또 국민들은 74.2%가 안기부 개혁이 필요하다고 대체로 공감했다. 개혁이 필요하다면 어떤 부분의 개혁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정권으로부터 분리 독립(46.4%) △정보·수사권 분리(20.2%) △예산·업무 공개(17.3%) △권한 축소(12.0%) 순서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누가 이 ‘거대한 공룡’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2월27일 개최된 ‘안기부법 개악 철회와 민주적 개정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그 방법을 모색했다. 미국 킷 게이지(여·억압입법반대국민위원회)는 소속 단체를 수십 년간 정치 사찰해온 연방수사국(FBI)에 맞서 승소한 기록을 소개했다. 공안기관을 상대할 때는 원칙적·당위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사례로 접근하라는 충고였다. 또 그렉 노짐(미국민권연맹 입법 전문 변호사)은 사생활보호법·정보자유법 같은 법제와 법원의 조처 및 의회의 감독 권한을 활용해 공안기관으로부터 받는 억압에 대한 공포에서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