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더도 말고 덜도 말고 김장철만 같아라
  • 李文宰 기자 ()
  • 승인 1996.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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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현재이지만, 김장은 과거이다. 김치를 먹지 않는 한국인은 없지만, 김장을 담그는 한국인은 갈수록 줄어든다. 김치는 앞으로도 미래일 것이지만, 김장은 과거 완료에 가까워진다. 김장과 김치가 분리되는 데는‘마당 깊은 집’에서 아파트로 바뀌어온 급격한 문화의 변화가 담겨 있다.

고샅과 마당, 우물과 부엌, 광과 측간이 30평 안팎의 ‘실내’로 들어오는 동안 가족 구성원도 3~4인으로 압축되었다. 회사 인간과 주부(혹은 맞벌이 아내) 그리고 학생은 저마다 ‘일’(학업)에 열중해야 했다. 가족과 이웃, 공동체의 미풍 양속들은 매스컴이 ‘예보할 때’에야 새삼스러웠고, 또 그때마다 안타까웠다.

배탈이 날 정도로 집어 먹던 김장속(속대쌈)은 이제 맛보기 힘들다. 입동 전후의 시린 날씨는 김장 담그는 풍속으로 충분히 견딜 만한 것이었다. 김치는 한국인의 유전자 정보에 입력되어 있으므로 영원할 것이라고 안심해야 할지, 아니면 사라지는 김장 담그기에서 전통 문화의 단절을 안타까워해야 할지 암담해지는 김장철이다.

부족 국가 시대에 한나라를 통해 들어온 김치의 역사는 유구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고춧가루와 젓갈이 들어간 김치는 19세기 후반에 정착되었다. 그 뒤 김치는 크게는 지역에 따라 작게는 각 가정에 따라 ‘차별성’을 갖기 시작해 ‘김치 지도’작성이 가능했다. 이북이 담백한 데 견주어 호남은 맵고, 영남은 짜다. 북부와 중부는 새우와 조기젓을, 경상도와 전라도는 멸치젓을 넣었다.

비타민을 공급할 뿐 아니라 정장(整腸) 식품이기도 한 김치는 완전 영양 식품이다. 김치는 한국 문화를 알리는 상징이 되기에 충분한 것이다. 최근 문체부는 한국문화 CI (이미지 통합) 베스트 5에 김치를 올려놓았다. 그런데 18세기 후반 중국에 역수출했던 김치가 얼마 전부터 ‘기무치’라는 일본 상표를 달고 세계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김치의 과학성과 경제성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대책이 부족해 보인다. 독도 다음은 김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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