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한 주
  • 朴在權 기자 ()
  • 승인 1996.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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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B.B. 말년에 ‘인종차별’ 노망


왕년의 인기 영화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62)가 법정에 선다. 섹스 심벌에서 동물보호주의자로 변신한 그는, 지난 4∼5월 <르 피가로> 등에 기고한 칼럼 내용이 문제가 되어 법정에서 증언하게 되었다. 그는 칼럼에 ‘회교도들은 종교 의식이라며 죄없는 양을 학살한다. … 회교도 이민자가 너무 많다. 이민이라도 떠나야겠다’라고 썼다. 이에 대해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두 단체가 그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지난 9월 펴낸 자서전 <내 이름은 B.B.>에서도 인종주의적인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터키인과 북아프리카 회교도를 겨냥해, 이민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며 프랑스 교회가 회교 사원으로 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알랭 들롱에 대해서는 ‘화려하게 꾸며놓은 루이 16세의 변기통 같은 사람’이라고 독설을 퍼부었고, ‘한번도 아이를 갖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며 아들에 대해서도 적대감을 드러냈다.

그가 호의를 보인 단 한 사람은 극우파 정치 지도자인 국민전선의 르펭 당수이다. 바르도는 르펭을 ‘사랑스럽고 지적인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현재 그의 네번째 남편 버나드 오말로는 르펭의 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50년대 영화계에 데뷔해 뭇 남성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는, 73년 은막을 떠난 뒤 극성스런 동물애호론자가 되었다. 그리고 인생의 말년에 이르러 인종차별주의자로 또다시 변신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사람 목숨값은 ‘2원’


팔레스타인 사람의 목숨값은 얼마나 될까. 지난 10월18일 이스라엘 군법회의가 이와 관련된 판결을 내려 관심을 끌었다.

93년 11월 팔레스타인 청년 이야드 마흐무드 바드란(18)을 총으로 쏘아 죽인 이스라엘 군인 4명에게 이들의 정당 방위를 인정해 징역 1시간에 집행유예, 그리고 이스라엘 돈 1아고라를 내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1아고라는 한국 돈으로 2원을 조금 넘는데, 값어치가 너무 낮아 이스라엘에서 10아고라 이하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관대한 처분을 받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87년 이후 요르단 강 서안과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군법을 어기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살해한 것은 모두 1천2백51건. 이로 인해 실형을 선고 받은 군인은 14명뿐이고, 그것도 11명은 집행유예나 사회 봉사 활동으로 대체되었다.

이번 판결에 대해 팔레스타인 주민은 물론 이스라엘 인권 관계자들까지 격렬한 비난을 퍼붓는데도 재판부는 기자회견은 물론이고 판결문까지 공개하기를 꺼렸다.

이번 사건은 팔레스타인 청년 2명이 요르단 강 서안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검문을 받는 도중 발생했다. 오토바이에 함께 탔던 빌랄 암리(20)는 이스라엘군이 불빛을 강하게 비춰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상황에서 총격을 받았다고 말했고, 군인들은 두 청년이 도망가려고 해서 총을 쏘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의 교범은 살해당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총을 쏠 수 있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벨로루시

1인 천하 ‘유신 체제’ 출범


옛 소련의 일원이었다가 독립한 벨로루시 공화국에 벨로루시판 유신 체제가 등장하려 하고 있다. 문제의 주인공은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대통령(42)이다. 열렬한 공산주의자로서 소련이 해체되는 것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던 그는, 94년 7월 부패 척결을 공약으로 내걸어 압도적 지지(80%)를 받으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불과 2년 만에 막대한 권력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헌법 개정안을 제출해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5년으로 되어 있는 임기를 7년으로 늘리고, 단임 제한도 철폐하려고 한다. 그밖에도 이 헌법 개정안은 대통령에게 의회를 해산하고, 법관·선거관리위원·헌법재판소 재판관·일부 국회의원을 임명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같은 독재적 발상에 국회는 탄핵 소추안으로 맞섰다. 성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총리와 외무장관도 항의 표시로 사임했다. 언론도 루카센코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루카센코는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을 전면 봉쇄했을 뿐 아니라, 러시아 신문을 들여오는 것도 금했다. 러시아의 옐친 대통령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10월24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루카센코 대통령은 84%의 지지를 얻어 승리했다. 루카센코 ‘1인 천하’ 체제의 출범이 벨로루시의 발전을 가져올지,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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