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정 승조원 시신 송환
  • 김 당 기자 ()
  • 승인 1998.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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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잠수정 승조원 시신 판문점 송환…북측 태도 변화 ‘눈길’
판문점은 오랫동안 주검들만 오가는 ‘시구문’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기나긴 휴전 협상 끝에 이곳을 거쳐 송환된 전쟁 포로를 빼고는 줄곧 주검들만이 오갈 수 있었다. 아니, 한국전쟁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가 이곳으로 돌아오는 데도 40년이 걸렸으니 ‘줄곧’이라는 표현도 과장된 것이다. 죽은 사람이건 산 사람이건 이곳을 한번 건넌 사람에게는 죄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였다.

지난 7월3일 판문점에서는 속초 앞바다에 침투했다가 꽁치잡이 그물에 걸린 북한 잠수정 승조원들의 주검 9구가 송환되었다. 2년 전 강릉 앞바다에 침투했다가 암초에 좌초한 북한 잠수함 승조원들의 주검을 돌려줄 때도 같은 장소에서 송환식이 열렸다. 그러나 승조원들의 주검을 받아들이는 북한측의 태도는 2년 전과 사뭇 달랐다. 의전 행사도 일절 열지 않았으며 그 흔한 성명도 발표하지 않았다. 북한측은 또 주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깼던 2년 전과 달리 죽어서 돌아온 그들을 영웅으로 받들거나 정치 선전에 이용하지도 않았다. ‘햇볕론’으로 상징되는 김대중 정부의 신중한 대응이 북한측의 ‘나긋나긋한’ 태도 변화를 이끈 셈이다.

2년 전만 해도 한국군은 수십만명을 동원한 ‘무장 공비 토벌 작전’을 전개했으며, 언론은 이 소탕 작전을 ‘중계’하듯 보도했다. 언론은 또 그 전과(戰果)인 벌거벗은 주검마저 여과 않고 공개함으로써 북한을 자극했으며 ‘미친 개는 몽둥이로 다스려야 한다’고 살기(殺氣)를 부추겼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원쑤를 갚겠다’는 북측의 태도도 적반하장이었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유화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모처럼 재개된 유엔사·북한군 장성급 회담을 계기로, 이제 남은 일은 이 위기 관리 채널을 상설화하고 판문점을 주검이 아닌 산 사람이 오가는 길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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