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조계종 승려들의 폭력 대결
  • 文正宇 기자 ()
  • 승인 1998.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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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승려들 폭력 대결 또 얼룩
11월8일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는 성철 스님 열반 5주기를 기리는 회향 법회가 열렸다. 생활고에 지친 민초들이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고 싶었던 탓이었을까. 큰스님이 가신 지 5년이나 지났지만 이 날 추모 열기는 5년 전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일 뒤 서울 조계사에서는 송월주 총무원장의 재출마를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승려들간에 공방전이 벌어졌다(사진). 양측은 ‘화합, 화합, 화합만이 한국 불교의 초석입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지켜보는 신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몽둥이·철의자·밧줄, 그리고 소방 호스까지 동원해 거리의 주먹들처럼 집단 패싸움을 벌였다.

승려들이 벌이는 이런 볼썽사나운 장면에 새삼 분개하는 이들은 드물다. 4년마다,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똑같은 풍경에 신물이 난 탓이다. 이번 종단은 4년 전 장기 집권해 온 서의현 전 총무원장 체제를 무너뜨리고 출범한 이른바 개혁 종단이기에 절망은 더욱 크다.

애정을 갖고 시비를 가려 조계종을 세속의 우스갯거리로 만들지 말아 달라는 불교계의 목소리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교계도 ‘요즘에는 스님은 없고 중들만 있다’는 속세의 비아냥을 귀를 씻고 들어야 할 것이다. 평생 산속에 묻혀 산 성철 스님을 대중이 왜 못잊는지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성철 스님이 오늘의 조계종 사태를 보았다면 과연 뭐라고 했을까. ‘절은 절이 아니고 중은 중이 아니로다’라고 개탄했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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