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호 추락 행렬, 언제 멈추나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2004.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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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추락 사고…‘실수’ 줄일 훈련·안전 관리 시스템 도입해야
제공호가 또 떨어졌다. 지난 3월11일 서해 상공에서 공중 기동 훈련을 하던 F5E/F 제공호 전투기 2대가 서로 충돌해 태안반도 부근 해상으로 추락한 것이다. 지난해 9월에도 제공호 2대가 충청북도 황악산에 충돌한 적이 있다. 1999년 9월에는 보조 연료탱크에 항공유 대신 물을 채우고 올라갔다가 추락했다. 항공 전력 전문가 사이에서 제공호를 모아놓고 ‘고사’라도 지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떨어진 제공호는 공군 10전투비행단 소속으로 고도 3천m 상공에서 교차 비행하다가 기체끼리 부딪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상 이변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황사가 영향을 끼친 것도 아니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사고기에 타고 있던 조종사 2명이 즉사했고 기체는 산산이 부서져 잔해를 찾기가 어려운 형편이어서 명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지난해 9월 추락한 제공호는 조종사들이 비행 상황을 잘못 판단해 산 중턱에 충돌했다. 1999년 9월 제공호 추락 원인은 어이가 없다. 물이 스며든 연료탱크로부터 항공유를 주유받은 후 이륙하자마자 곤두박질친 것이다. 이처럼 제공호 추락은 기체 결함이 아니라 대부분 어이없는 실수가 빚은 연쇄 비극인 셈이다. 지금 차세대 주력기 KF15를 도입하고 있는 한국 공군이 기체 제작 기술 이전 못지않게 훈련 시스템이나 안전 관리 방식과 같은 소프트웨어 도입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제공호는 미국 F5E/F(타이거 II)를 국내 업체가 면허 생산하는 것이다. 간이형 레이더를 장착하고 시스템이 단순하며 무장 능력까지 떨어지는 경전투기여서 최신예 비행기보다는 성능이 못하지만 북한이 아직도 많이 보유하고 있는 MIG 19와 MIG 21 기를 상대하는 데는 적합하다.

이착륙 시간이 빠르고 1 대 1 근접 공중전 능력이 우수해 이륙 후 7~8분이면 서울에 도착하는 북한 전투기들을 가장 먼저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공호가 대부분 휴전선과 가까운 공군비행장에 배치되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투기 기종은 세 가지다. 공군 주력기 F16은 현재 1백60여대를 운용하고 있다. 전폭기로 분류되는 F4 팬텀 역시 1백60여대. 경전투기인 F5는 가장 많은 3백25대 가량이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KF5E/F 제공호(약68대)와 수입 기종인 F5E/F Tiger II(약 1백46대)에다 초기 모델인 F5A/B 프리덤파이터(약 1백11대)를 합치면, 숫자 면에서는 한국 공군의 주력기인 셈이다.

F5는 한국 공군과 인연이 깊다. 1963년 국내에 최초로 도입되어 당시 음속 수준에 불과했던 한국 공군 전력을 초음속 전투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대한항공이 1982년 9월 제공호를 생산하면서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로 전투기 제조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F5는 미국에서 F4와 함께 이미 수명이 다해 일선에서 퇴역하고 있다. 한국 공군도 조만간 KF15가 실전 배치되면 차츰 제공호 보유 대수를 줄여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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