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군국 망령 부활, 망령 난 일본
  • 南文熙 기자 ()
  • 승인 1999.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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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국 망령 부활, 망령 난 일본

소련이 붕괴했을 때 동아시아에 냉전의 칼바람이 자취를 감추고 평화의 훈풍이 불 것으로 많은 사람이 기대했다. 더불어 동아시아 냉전의 한쪽 방파제였던 미·일 군사동맹도, 일본 우익의 군사 대국화 책동도 과거의 유산으로 폐기되리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호소카와·무라야마 총리 시절 일본 모습은 그랬다. 반 세기를 질질 끌던 과거사 악몽에서 벗어나고자 반쪽의 사죄일지언정 마음을 싣고자 하는 모습도 보였다. 바로 몇년 전 일이다.

그 몇년 사이에 변한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다. 일본 전역이 중국이나 북한 미사일의 사정거리에 포함된다는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난해 8월 북한이 일본 머리 위로 쏘아올린 대포동 미사일은 그렇게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다. 그런데 그 뒤 일본이 보이는 모습은 참으로 딱하다.

10년간 미국의 압력을 버텨 왔다는 전역미사일방어(TMD) 체제 공동 연구 문제를 의회에서 30여 분 만에 통과시키는가 하면, <기미가요>와 히노마루 국가·국기 법제화, 미·일 방위협력법 개정 및 평화헌법 수정 움직임에 이어 8월15일 마침내 현직 각료 9명이 야스쿠니 신사 를 참배하기에 이르렀다. 80년대 초 나카소네 총리가 부르짖다가 소련 붕괴 후 머쓱해진 ‘불침항모론’이, 경제 규모에 걸맞게 군사 대국을 향해 가자는 오자와 류의 ‘보통국가론’으로 부활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그 빌미가 북한 미사일 한방이었다는 점에 이르면 명분이 옹색하다.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결의를 다진 일본 정부는 그 다음날 미국과 전역미사일방어 체제 공동 개발에 정식 사인했다. 그런데 그 비용이 가히 천문학적이다. 5∼6년 연구 기간에 2백억∼3백억 엔이 투여되고, 실전 배치에까지 가려면 몇조 엔이 들어갈지 알 수 없다. 일본의 군사 전문가들조차 ‘국운을 걸기에는 너무 황당한 계획’이라고 지적하는 이 계획을 실현할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일본의 정치 세력들이 자국 국민을 ‘우향우’로 몰고 있다면 그들은 정말 ‘황당한’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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