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미군 유해 1구 판문점 통해 들어오다
  • 李政勳 기자 ()
  • 승인 1997.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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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유해 1구 판문점 통해 반환
지난 10월24일 판문점에는 미국·북한 공동유해발굴조사단이 발굴한 실종 미군 유해 반환식이 열렸다. 이번에 반환된 유해 1구는 50년 말 미국 육군 제1기갑사단이 전투를 벌인 평북 운산군에서 발굴된 것이다.

유해 발굴은 미·북한간 합의에 따라 미국 국방부의 ‘실종자 및 전쟁 포로 담당처(POW & MIA Office)’가 한국전 당시 미국이 전투를 벌인 곳을 지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투 지점이 선정되면 실종자 및 전쟁 포로 담당처 직원과 하와이에 있는 미국 중앙신원확인소 관계자가 북한에 들어가, 북한과 공동으로 발굴 작업을 벌인다. 이때 발굴된 유해는 ‘미군일 것’이라는 가정 아래 판문점을 통해 주한미군에 인계되고, 미국은 실비 차원의 발굴비를 북한에 지급한다. 유해를 인수한 주한미군은 이를 다시 하와이의 중앙신원확인소로 보낸다.

90년 이후 이런 식으로 하와이에 공수된 미군 유해는 2백여 구가 넘는다. 그러나 이중에서 미군으로 확인된 유해는 6구밖에 안된다. 미국은 유럽계·아프리카계·동양계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국가인 만큼 미군 또한 다인종으로 구성된다. 때문에 유해 조각이 한국인으로 보일지라도 그 지역에 주둔했던 모든 동양계 실종 미군과 대조하므로 신원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미국은 유해의 신원이 확인되더라도 유가족에게 알리기 전까지는 전사 사실을 절대로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나라를 위해 싸운 사람과 그 유가족에 대한 예우를 철저히 한다.

한국, 북한 거주 국군 포로 사망 처리해 ‘물의’

최근 우리 사회에는 한국전쟁 때 전사로 처리된 국군이 포로로서 북한에 거주했던 것으로 확인되어 파문이 일고 있다(<시사저널> 제 416·418호 참조). 실종자를 쉽게 전사 처리해온 한국 정부와, 실종자를 끝까지 추적해 사망 여부와 신원을 확인하는 미국 정부의 차이는 결국 국민들로 하여금 나라를 위해 싸우는 애국심에 차이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유해 전달 현장에서 또 하나 눈에 거슬리는 것은 판문각까지 온 미국 유해발굴단이 반환식이 끝난 후 평양으로 되돌아가 항공편으로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왜 북한은 미국 조사단이 곧 바로 판문점을 넘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북한은 지금까지 그들에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인사들만 판문점을 통과하게 했다. 미국은 국민을 가벼이 대하는 한국과 이념 싸움에만 골몰하는 북한 모두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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