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국 스포츠 미래 밝힌 80회 전국체전
  • 金在泰 기자 ()
  • 승인 1999.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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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회 전국체전, 기초 종목 신기록 풍성
‘미래를 향해 뛴다’는 말은 진부하지만, 새롭다. 그 새로움은,‘미래’라는 명사와 ‘뛴다’라는 동사가 마주쳐 증폭시킨 역동성에서 말미암을 터이다. 혹자는 이 표현에서 속도의 주술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비애를 읽어내기도 하지만, 목표를 향해 혼신을 다해 빚어내는 정직한 질주는 언제 보아도 싱그럽다.

광속으로 정보가 유통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더디게 가속해온 인간의 발은 더욱 초라해졌으나, 그것이 이루어내는 기록 경신의 성취감만큼은 과학의 어떤 성과에 비할 바 없이 감동적이다.

성취감을 향한 인간의 도전은 제80회 전국체전이 열린 인천에서도 화려하게 빛을 발했다.

비인기 종목 선수로, 스포츠계의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과 싸워온 아름다운 젊음들은 트랙 위에서, 공기 저항보다 더 두터운 소외의 벽을 투지로 밀쳐내며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몇 걸음씩 진전시켰다.

이번 대회가 풍성한 신기록 잔치가 된 데에는 무엇보다 젊음의 분투가 큰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두 바퀴를 남기고 엉덩이 부위의 근육이 뭉쳐버린 악조건에서도 ‘길바닥에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계속해야 한다’는 각오로 달려 여자 경보 10㎞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운 김미정 선수 같은 건각이 그 주역들이다. 이들 덕분에 국제 무대에서 늘 처져 온 육상·수영 등 기초 종목에서 황금 같은 한국 신기록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밝게 했다.

그러나 현실은, 시드니올림픽을 코앞에 둔 20세기 마지막 트랙에서 모처럼 한국 육상과 수영 등이 거둔 의미 있는 도약의 뒷맛을 씁쓸하게 한다. 메달밭인 기초 종목에서 올린 뜻깊은 승전보마저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전 기사에 밀려 스포츠 신문 지면 한구석에 옹색하게 쪼그려앉은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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