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이스라엘의 저격 행진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4.04.2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스라엘, 하마스 지도자 잇달아 살해…분리정책안 통과 위한 노림수인 듯
‘100배 피의 복수를!’ 지난 3월22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를 창설한 세이크 아흐마드 야신이 암살된 데 이어 지난 4월17일 후임자 란티시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하면서 팔레스타인 지역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마스는 란티시가 살해된 이튿날인 4월18일 곧바로 새 후임자를 정했으나 누구인지는 비밀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국제 사회는 일제히 이스라엘의 행위를 비난하고 나섰다. 전통적으로 친(親) 팔레스타인 노선을 보여온 유럽연합(EU)은 물론 중국과 일본, 심지어 중동 문제에 관한 한 미국과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영국마저도 이스라엘의 잇단 표적 공격을 비난했다.

오로지 미국만 비난을 삼갔다. 란티시 암살이 사전에 미국과 공모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의식한 듯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라이스는 “지난 주 부시 대통령이 샤론과 만났을 때 란티시 암살을 허락했다는 설은 사실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자신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 다만, 그 결과까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라고 논평했다.

이스라엘, 제3의 타깃 공공연히 거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이 미국의 묵인 내지 옹호를 보호막으로 삼고 있다는 국제 여론이 형성된 지는 오래다. 오랫동안 이·팔 갈등의 원인이 되어온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이다. 장관 시절부터 팔레스타인 지역 내 정착촌 건설을 실질적으로 지휘해온 샤론 총리는, 정착촌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최근 타협안을 내놓았다. 이른바 분리정책안이다. ‘가자 지구로부터 이스라엘 정착촌을 철거하는 대신 요르단강 서안 지구는 그대로 유지한다.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은 불허한다’는 것이 요체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4월12일 샤론 총리와 만난 직후 샤론의 일방적인 분리정책안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위협용이 아니라 아예 작정하고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하고 나선 데에는 이스라엘 내부 사정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팔레스타인에 턱없이 불리한 내용이지만, 가자 지구에서의 철수라는 양보안을 담고 있는 분리정책안에 대한 내부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가자 지구를 안전하게 청소하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정보력을 근거로 제2, 제3의 타깃을 공공연하게 입에 올리고 있다. 하마스 내부 서열에 따르면 마흐무드 자하르가, 활동력으로 볼 때 다마스커스 지부에서 일하는 칼리드 마샬 정치국장이 다음 표적이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인들은 거듭 ‘100배의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