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간 김정일, ‘핵 빅딜’ 성공할까
  • 남문희 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2004.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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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김정일 위원장한테 ‘핵 양보안’ 얻어내 미국 압박할 듯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 회자된 것은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이 방북(3월23~25일)한 직후부터이다. 김위원장이 머지 않아 중국을 방문해 6자 회담과 관련한 대담한 선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시사저널> 제756호 참조).

그런데 당시 쟁점이 하나 있었다. 김위원장의 방중 시기였다. 3차 6자 회담 전이 될 것인지, 아니면 그 후가 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대체적으로는 3차 6자 회담 전에 방중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즉 6자 회담 전에 김위원장이 중국에 가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그 자리에서 김위원장이 6자 회담에 대한 새로운 결심을 밝히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북·중 경제협력 협정 맺을 수도”

이런 분석의 이면에는 그동안 북한과 중국 이 물밑에서 진행해온 빅딜의 내용에 대한 분석이 깊이 작용했다. <시사저널>이 밝힌 바와 같이 김위원장이 방중 기간에 ‘북한이 선 핵 포기를 수용하는 등 핵 문제를 양보하고, 그 대신 중국은 북한의 신의주 경제특구 지원 등 경제 문제에 협력한다’는 것이 빅딜의 골자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신의주 경제특구 문제를 결정할 권한을 후진타오 주석이 쥐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요소이다. 신의주 특구에 부정적이던 장쩌민 전 주석이나 주룽지 전 총리와 달리 후진타오 주석은 새로운 시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신의 재임 기간에 성취해야 할 최대 목표인 중국 동북 3성 개발을 위해 북한의 신의주 경제특구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베이징 정가 소식에 정통한 중국인 전문가는 “중국은 신의주 특구가 북한의 실정에 적합하고, 중국의 동북 3성 개발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를 바란다”라고 말함으로써 중국측의 변화를 대변했다. 그는 김위원장 방중을 계기로 “중국과 북한 양국의 전면 협력 문제가 토론될 예정이고, 그 결과로 경제협력 협정이 맺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김위원장의 방중이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중국 방문(4월13~14일) 직후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현재로서는 체니 방중이 김위원장 방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진 바가 없지만 방중 당시 체니와 중국 사이에 이루어진 대화 내용을 분석해보면 김위원장 방중과의 상관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앞의 중국인 전문가에 따르면, 체니 부통령은 이미 김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체니는 중국측에 김정일 위원장이 얼마 후 중국을 방문한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물었고, 중국측은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인해 주었다고 한다.

체니 부통령은 방중 때 북핵 문제에 대한 새로운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주로 원칙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특히 “미국도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 달려 있다. 북한이 중국 말을 잘 들으니 중국이 설득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중국측이 “북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 한 발짝씩 물러설 때 해결될 수 있다”라고 반박하자, 체니는 “미국에 돌아가서 연구해보겠다. 하루빨리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체니의 방중 대화를 분석해보면 중국이 앞으로 김위원장 방중을 어떻게 활용하려 할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그것은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 되지 않을까. ‘자, 김위원장이 직접 이런 양보안을 내놓았다. 이제 당신들, 미국이 카드를 내놓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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