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고양시 세계 꽃박람회
  • 李文宰 기자 ()
  • 승인 1997.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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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세계 꽃박람회 성황…미래 첨단산업 전망도 ‘활짝’
꽃은 언어다. 꽃은 생명의 한 절정이기 이전에, 저마다 꽃말을 들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한다. 사랑의 고백에서 애도에 이르기까지 꽃은 우리 일상의 도처에 꽂힌다. 그리하여 꽃은 자연을 넘어선 인공이다. 엄연한 상품이다. 그것도 국제적인 유통망을 타고 신속하게 수출입되는 까다로운 상품이다. 상품으로서의 꽃은 자본주의의 차가운 유통 구조에 완벽하게 편입되어 있다.

지난 5월2일 개막 전야제를 시작으로, 오는 18일까지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리고 있는 고양 세계 꽃박람회는, 꽃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미래 첨단산업으로서의 꽃을 강조한다. 전세계에 공급되는 선인장의 70%를 공급하는 ‘선인장의 메카’고양시는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선인장 수출량을 늘리는 동시에 한국 꽃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홍보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29개국보다 더 많은 나라가 참여하고, 관람객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주최측의 표정은 연일 꽃처럼 환하다.

아시안게임·올림픽·엑스포 등이 국가가 주관한 국제 행사였다면, 지방자치 시대 이후 국제적 행사는 지방자치단체가 기획하고 있다. 지방이 직접 세계와 손을 잡고 있다. 지방화가 곧 세계화라는 명제가 속속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또 다른 전시 행정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국내에 영화제 붐을 일으킨 부산 국제영화제처럼, 고양 꽃박람회가 가져올 ‘부가 가치’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꽃과 인간’. 이번 세계 꽃박람회의 주제다. 시선을 안으로 돌리면, 꽃 박람회에서 우리의 선인장에 눈길이 간다. 만화가 방창한 봄이지만, 국민들은 진정한 봄을 맞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국내의 정치·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가뭄이다. 정치 상황에 대한 절망에다, 피부로 느끼는 불경기가 극심하다. 국민들은 선인장처럼 목말라하면서 선연한 꽃 대신 ‘가시’를 돋우고 있다. 나라를 이끌어간다는 지도층들은 이번 꽃박람회에서 고양시, 즉 한국의 화훼류를 대표하는 선인장의 가시들을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 꽃은 분명한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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