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대풍년, 시름 잠깐 잊고 활짝 웃은 농심
  • 김포·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6.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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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농사 대풍, 예상 생산량 3천5백22만섬…시름 잠깐 잊고 활짝 웃은 농심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의도 광장에 전국에서 올라온 농민들이 저마다 물푸레나무 몽둥이를 들고 쌀 수입 반대 시위를 벌인 때는 지난 9월10일께였다. 지난해 4백72만섬이던 쌀 재고가 올해 2백78만섬으로 줄어들면서 정부가 재고량을 늘리기 위해 약속을 어기고 최소 시장 접근치보다 더 많은 쌀을 식용으로 수입하자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난 최근, 농민들의 얼굴 표정이 맑게 갠 가을 하늘에 활짝 팬 벼이삭처럼 환해지고 있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올해 쌀농사가 모처럼 대풍을 맞을 조짐을 보인다. 10월6일 농림부는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이 3천5백22만섬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생산량 3천3백60만섬보다 2백62만섬이 많으며, 목표했던 생산량보다 1백52만섬이 웃도는 수치이다. 지난 10년간 쌀 수확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88년으로 4천2백3만8천섬이었다.

정부의 쌀 작황 조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던 날, 경기도 김포군 김포읍에서 농사를 짓는 강인규씨(58)도 아침 일찍 들녘에 나와 풍년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9천평 남짓 쌀농사를 짓고 있는 강씨는 이 날 2천4백평에서 올해 첫 가을걷이를 했다. 벼베기에 한창이던 강씨는 일손을 잠시 멈추고 “콤바인 대여금과 품삯 같은 수확 비용이 수월치 않게 올라, 갈수록 농사 짓기가 힘들다. 그래도 잘 여문 벼이삭을 보니 마음은 즐겁다”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쌀 재고 부족과 쌀값 상승에 대한 대책으로 골머리를 앓던 농정 당국도‘쌀 풍작’ 소식에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이다. 무장 간첩 침투 사건이다, 외교관 피살 사건이다 해서 나라 안팎이 뒤숭숭한 요즘 쌀 풍년 소식은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세상사의 번잡함을 잊고 가을의 푸근함을 느끼게 해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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