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부른 '선영아 사랑해' 광고 뒷얘기
  • 權銀重 기자 ()
  • 승인 2000.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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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전문 사이트 광고 논란…총선 후보 수사 의뢰하기도
“선영이가 도대체 누구야?”

총선을 20일 앞둔 지난 3월23일 서울 번화가는 물론 전국 주요 도시에 걸린 ‘선영아 사랑해’라는 플래카드와 포스터 앞에 사람들은 홀린 듯이 걸음을 멈추었다. 한 남자의 사랑 고백쯤으로만 생각했던 이 포스터와 플래카드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많이 붙었고 언론의 관심도 크게 끌었다. 그러나 ‘선영아 사랑해’는 4월3일 서비스를 시작한 인터넷 업체인 마이클럽(www.miclub.com)의 티저(teaser) 광고 1탄으로 확인되었다. 티저광고란 회사명이나 제품명을 단계적으로 드러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광고를 말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 현수막을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작품으로만 알았다. 회사원 최재현씨(33)는 “회사 이름이 없는 데다 글씨체가 어눌해 한 남자의 사랑 고백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현정씨(23)는 “총선 때여서 복고풍 사랑 고백이 더 돋보였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선영이의 정체에 관심을 쏟았고, 선영이는 입에서 입을 거치면서 잊힌 여자의 대명사쯤으로 부각되었다.

지하철 광고를 집행한 서울지하철공사에는 선영이가 누구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쳐 광고 담당자가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였다. 일부 언론은 ‘선영이라는 인터넷 업체의 광고’라는 추측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총선에 출마하는 ‘선영’이라는 이름의 후보가 내건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했다. 출마자 중에서 선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서울 서초 갑의 배선영, 부천 오정구의 최선영 후보 두 사람으로 모두 민주당의 ‘남성’ 후보이다. 서초 갑에 출마한 배선영 후보는 이 플래카드가 상대방의 음해 공작이 아닌가 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으나 정황을 알고 난 지금은 이 광고를 후보 알리기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종로구청은 선거철에는 광고 플래카드를 걸 수 없다는 이유로 관련 홍보물을 철거하라고 명령해 업체가 철거하기도 했다.

“선영아 사랑해”는 실제 있었던 일

이 광고를 기획한 마이클럽은 지난 4월1일부터 방송 광고를 시작했고 신문 광고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또 3일부터는 ‘사랑해 선영아’ 옆에 마이클럽이라는 회사명을 적은 플래카드와 포스터를 내걸었다. 마이클럽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여성 네티즌을 상대로 결혼·육아·재테크·일 따위 관심사를 맞춤식으로 서비스하는 여성 전문 컨텐츠 제공 업체이다. 광고를 총지휘한 이진민 부사장은 “아파트·외제차 등 몇억원짜리 경품을 주며 회원을 모집하기보다는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이같은 광고를 기획했다”라고 말했다.

‘선영아 사랑해’는 지난해 종로 2가 피자 헛 골목에서 발견된 한 젊은이의 사랑 고백 낙서를 광고대행사인 대홍기획이 차용한 것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선영이는 실제로 있었던 셈이다. 마이클럽 내부에서는 선영이라는 이름이 촌스럽다며 바꾸자는 주장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이름이 주는 친근함과 여성성에 주목해 그대로 밀고 나갔다는 것이다.

화제가 되었던 만큼 비판도 게세다. 대표적인 것이 ‘전국민 기자화’를 내걸고 지난 2월 창간된 인터넷 신문 <오마이 뉴스>의 ‘선영아 사랑을 값싸게 팔지 마라’는 기사와 플래카드이다. <오마이 뉴스> 홍성식 기자는 ‘이 광고는 사랑마저 광고의 대상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3월31일 ‘선영아 사랑해’ 플래카드 위에 ‘선영아 사랑을 팔지 마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자신의 행동을 설명한 홍기자의 기사에는 독자 의견이 90가지나 붙으면서 또 다른 논쟁을 불렀다. 독자들은 대부분 ‘<오마이 뉴스>가 내건 플래카드에 자사 사이트 주소를 적은 것은 남의 아이디어를 이용한 또 다른 광고 아니냐’고 꼬집었다. <오마이 뉴스> 오연호 대표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로만 알았는데 광고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 좋은 광고라고 감탄하기보다는 뉴스 게릴라답게 제동을 걸고 싶었다”라고 반박 현수막을 내건 의도를 설명했다.

선거철과 맞물려 관심을 끌었던 이 광고는 찬반 양론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캠페인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호기심을 유발해 소비자의 관심을 끌겠다는 애초의 광고 목표를 100%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고 전문가들은 광고 성공이 반드시 마케팅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일단 이 업체의 성공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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