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지방자치 선거법 위헌 소송
  • 蘇成玟 기자 ()
  • 승인 1995.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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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선거를 겨우 두 달 앞둔 시점에서 재야 시민운동 단체인 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 이세중·장을병)이 선거 기간에 단체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반대 표명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현행 선거법 일부 조항은 위헌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또 검찰의 경고가 있었음에도 단체의 이념에 맞추어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4월13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청구 취지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규정된 두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두 조항이란 ‘단체는 사단·재단 기타 명칭의 여하를 불문하고 선거 기간에 그 명의 또는 그 대표자의 명의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거나 지지·반대할 것을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제 87조)는 금지 조항과 ‘제87조 규정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255조 제1항 제11호) 는 처벌 조항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 두 조항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제10조)과 평등권(제11조) 및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제21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해 헌법적 판단을 요구했다. 심판 청구 요지에 따르면, 단체의 의견이라 해서 의사 표현의 내용과 형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의견 표명 자체를 금하는 일은 ‘과도하고 광범위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무효’이며, 이는 명백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세계에 유례 없는 독소 조항”

국민의 기본권이 불가피하게 제한되어야 할 상황이란 국가의 안전 보장이나 질서 유지 등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 환경운동연합은 단체의 의견 표명에 과연 그러한 위험이 존재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오히려 유권자에게 후보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차단함으로써 객관적 평가만 어렵게 한다고 통박한다.

이번 헌법소원 심판에서 환경운동연합의 소송 대리를 맡은 오세훈 변호사(35·환경운동연합 시민법률상담실장)는 선거법 제87조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소 조항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당은 재야 단체를, 야당은 관변 단체를 꺼리는 공통적 이해 관계 때문에 이런 무리한 법이 생겨났다고 본다.

환경운동연합이 뒤늦게 헌법 소원을 제기하게 된 것은, 소원을 제기하려면 위헌 규정 때문에 권리를 침해당한 사실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대검찰청은 전국검사장회의를 열어 6월의 4대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재야 단체의 선거운동 개입을 엄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단체로 하여금 겁을 주어 활동을 위축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에 평등권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 당한 것으로 환경운동연합은 규정한다.

지난 4월14일 환경운동연합은 대검찰청의 경고에 아랑곳없이 지방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 가운데 친환경적 인사를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지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 배경에는, 만약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될 경우 이 법 조항을 더욱 문제 삼아 위헌 심판을 받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환경운동연합 정은아 환경조사부장은 “이번 선거는 바른 환경 정책을 수립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계기이다. 어떤 식으로든 활동은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선거운동 기간이 되면 환경운동연합의 이러한 자신감이 다른 단체들에도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또 검찰의 수사 태도에 따라 ‘검찰의 중립성 문제’도 제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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