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한 주
  • 崔寧宰 기자 ()
  • 승인 1998.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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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역사적 중국 방문

클린턴 대통령이 6월25일∼7월 3일 중국을 방문한다. 89년 이후 미국 정상이 중국을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9일이라는 기간도 역대 최장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일정은 △6월25일 시안(西安) 도착, 진시황릉 관광 △6월26∼29일 천안문 광장에서 인민해방군 열병식, 미·중 정상회담, 베이징 대학 강연 △6월30일 상하이 증권 시장 방문 △7월1일 구에이린(桂林) 방문 △7월2일 홍콩 방문으로 잡혀 있다.

현재 두 나라 관계의 핵심 현안은 △중국 인권 △대만 문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미·중 무역 △중동과 제3세계 국가에 대한 중국의 미사일 수출 등이다. 이번 정상 회담에서 두 나라는 이 네 가지 문제를 집중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또 핵무기 확산 방지, 국제 범죄 및 마약 유통 단속, 에너지·환경·과학·기술 분야에서도 협력을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대통령은 6월21일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국민들은 중국과의 건설적 동반 관계를 바라기 때문에 우리의 중국 접촉을 지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우리는 이런 접촉 정책을 고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땅 넓히기 고수

6월21일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 시 경계를 시 외곽인 요르단 강 서안 유태인 정착촌 너머로까지 넓히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건설이나 정책 입안 같은 특별한 경우에 예루살렘은 물론 요르단 강 서안에 있는 모든 유태인 정착촌에까지 포괄해 ‘광역 자치제’를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계획이 실시되면 예루살렘에 사는 유태인 수는 3만명 가량 더 늘어나게 된다. 이스라엘 당국은, 요르단 강 서안의 북쪽과 남쪽과 동쪽에 있는 유태인 정착촌은 이번 합병에서 빠지며 계속 독자적으로 지방세를 걷고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조처가 나오자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이·팔 평화 협정을 위반한다고 비난했다. 이집트·요르단 등 중동 국가들도 이를 불법 행위라고 규정했다.

미국도 이슬라엘의 예루살렘 확장 조처는 중동 평화 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도발적 조처’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도 마찬가지다. 미묘한 시기에 평화 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란

축구공이 날려버린 적대감

둥근 축구공이 해묵은 적대 관계를 녹일 수 있을까? 6월22일 열린 미국과 이란의 월드컵 경기를 바라보는 세계인의 시각이었다. 프랑스 리옹에 모인 각국 사람들은 경기 승패보다는 두 나라의 정치적 대립 관계에 관심을 쏟는 분위기였다. 그래서인지 CNN 등 미국 언론들은 이 경기를 전후해 79년 11월부터 81년 1월20일까지 15개월에 걸친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 사건 뒤 미국은 20년 동안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규정해 봉쇄 정책을 취했고, 이란도 반미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

두 나라의 적대 관계는 지난해 이란에서 온건파 하타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보수파의 반발이 만만치 않지만 그는 지금 대미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

미국도 하타미 대통령의 화해 신호에 답을 보내고 있다. 6월21일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6월22일 리옹에서 양국 응원단은 이러한 움직임에 부응했다. 이란 응원단은 ‘타도 미국’이라는 구호 대신 ‘유에스에이’를 외쳤고, 미국 응원단도 이란팀에 박수를 보냈다. 양국 응원단은 이란이 미국을 2 대 1로 이긴 뒤에도 함께 어울려 춤추며 화해 분위기를 연출했다.

동 티모르

독립 운동, 새로운 전기

인도네시아의 지배를 받는 동 티모르가 수하르토 하야를 계기로 새로운 독립 운동을 벌이고 있다. 동 티모르 사람들의 독립 운동이 드세지자 인도네시아 하비비 대통령은 6월21일 △동 티모르 반군 지도자인 사나나 구스마오를 석방하며 △동 티모르에 주둔한 인도네시아군 일부를 철수하고 △동 티모르에 자치주 형식의 특별 지위와 개발 자금을 주겠다는 평화안을 내놓았다. 그는 이 제안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포르투갈 등 각국 정부가 동 티모르가 인도네시아 영토임을 인정하고 동 티모르 독립 문제를 국제 문제화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92년 체포된 사나나 구스마오는 20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자카르타의 시피낭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동 티모르 독립 운동 지도자로서 96년 노벨평화상을 탄 호세 라모스 오르타는 하비비의 제안을 유엔과 포르투갈에 대한 외교적인 협박이라고 비난한 뒤 완전 독립을 쟁취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동 티모르는 원래 4백년 넘게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포르투갈이 식민주의를 포기하자 75년 11월 독립을 선포했다. 그러나 76년 수하르토의 인도네시아군이 무력 침공해 27번째 주로 편입했다. 이후 인도네시아군은 동 티모르 독립 운동 관계자를 무자비하게 고문하고 살육해 국제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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