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첨] 새로운 천년을 향한 평화 대행진
  • 김 당 기자 ()
  • 승인 1998.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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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북한동포 돕기 ‘새로운 천년을 향한 평화 대행진’
실직과 굶주림. 올해 남북한이 각각 겪고 있는 고난의 상징어들이다. 그것은 한민족이 불과 이태도 남지 않은 금세기가 가기 전에 넘어야 할 절박한 장애물이다. 코앞에 닥친 21세기, 아니 새로운 천년을 평화롭게 맞이하기 위해서이다. 그런 점에서 6월21일 6대 종단과 사회단체가 공동으로 개최한 ‘새로운 천년을 향한 평화 대행진’ 행사가 제시한 의미는 각별하다.

실직자와 북한 동포를 돕기 위한 성금을 모금하려고 마련된 이 행사는, 김동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등 각 종단 지도자와 신자 그리고 강인덕 통일부장관, 김원기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등 천여 명이 참가해 한 사람이 백m 걸을 때마다 성금 천원씩을 약정받는 집단 행진으로 진행되었다. 이를 위해 서울 장충단 공원에서 남산 팔각정까지 3㎞에 이르는 행진 코스에는 5백m마다 화해·일치·나눔·희망·평화·통일을 주제로 한 ‘무지개 마당’ 6개가 마련되었고, 각 마당에서는 윷놀이와 북한 샘물맛 알아맞히기 같은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이처럼 여느 해와 달리 적대적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민족 화해의 통로를 넓히고자 하는 움직임이 사회 저변에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그 자신이 이산가족인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몰이 방북’과 이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수용한 남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가 화해의 앞날에 대한 희망으로 읽혀지고 있다.

그러나 희망은 또 배반당하는가. 평화대행진이 치러진 다음날 속초 앞바다에서 꽁치잡이 그물에 걸려 붙잡힌 북한 잠수정은 어렵사리 움트고 있는 화해 기류에 재를 뿌릴 듯하다. 70t 크기의 유고급 잠수정이 출몰한 해역은 장차 금강산 관광의 유람선이 오가기를 기대하는 바다이다. 희망의 난류와 분단의 한류가 교차하는 이 시점에 새로운 천년을 열고자 하는 화해의 행진이 잠수정 돌출이라는 악재를 넘어 역사의 바퀴를 조금씩 햇볕 쪽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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