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을수록 살아나는 ‘민방 특혜설’
  • 李叔伊 기자 ()
  • 승인 1995.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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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설립특혜 의혹 보도한 제소…“보도 확산 방어책인 듯”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파문으로 5, 6공 청산 문제가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6공화국 말기 의혹 중 하나로 ‘민방 주체 선정 과정에서의 특혜설’이 여러 언론에서 다투어 보도되고 있다.

율곡 비리와 수서 특혜 등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6공의 각종 비리가 불거져 나오면서 최근 <동아일보> <경향신문> <뉴스 플러스> <미디어 오늘> 등 중앙 일간지와 주간지는 6공의 또 다른 비리 의혹으로 거론돼 온 민방 주체 선정 문제를 기사화했다. ‘주식회사 태영이 새 민방의 주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으며, 그 대가로 정치 자금이 오갔다는 설이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것이다.

민방 특혜에 대한 논란은 90년 10월 민방 주체로 태영이 선정된 직후부터 이미 방송계와 정치권에서 제기되기 시작했고, 그해 12월 국회 문공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된 후 한동안 잠잠했었다. 그러나 최근 이 특혜설과 관련된 보도가 나간 후 서울방송측은 기사 내용을 부인했고, 관련 기사를 게재한 매체 가운데 하나인 을 11월21일 민·형사상 명예 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먼저 나온 보도에는 침묵

서울방송은 소장에서 ‘진실 여부에 대해 확인한 흔적도 없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적당히 그렇게 알려진 사실인 양 인용하고, 그러한 사실이 진실인지 여부에 관하여 당사자인 원고 회사에 문의하여 원고 회사가 이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만한 기회도 전혀 제공하지 않은 채 섣불리 기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방송은 소장에서 담당 기자 등 측 관계자 2명에 대한 형사 처벌과 위자료 10억원을 요구했다.

문제가 된 11월9일자 기사는 창간 4돌 기획 시리즈 중의 하나였다. 방송 3사의 경영·편성·인력 구조 등 현황을 분석하는 시리즈물의 마지막으로 은 ‘민방 특혜설’에 대해 여러 언론 매체가 보도한 내용을 정리했다.

예컨대 <동아일보>는 11월1일자 기사에서 국회 문화체육공보위 배기선 의원의 주장을 빌려 “노태우 전 대통령이 6공의 최대 이권 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민영 방송 설립 허가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국회에서 제기됐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또 시사 주간지 <뉴스 플러스>는 11월16일자 기사에서 ‘노씨 민방 허가 300억 장물 장사?’라는 제목으로 “6공 최대 이권 사업 중 하나였던 민방 설립과 관련해, 설립 허가 과정에서 노씨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느냐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의혹의 발단은 90년 SBS 탄생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청와대-노씨 친인척-태영 커넥션에 비리 의혹이 짙다’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방을 허가해 주면서 노씨가 태영으로부터 3백억원을 받았다’‘서울방송의 지분 15%를 챙겼다’는 이야기도 일찍부터 나돌았다”고 보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이 발행하는 <미디어 오늘>은 7월26일자에서 ‘SBS는 6공 실세 김복동씨가 연출한 작품이며, TK 인맥과 정치적 이해 등이 얽혀 태영이 지배 주주로 낙점됐다’는 내용의 방송개혁국민회의 엄민형 사무국장의 글을 실었다. 엄국장은 12월호 <말>에서도 태영이 선정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의혹과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 유입설에 대한 자신의 취재 내용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한편 언론계에서는 SBS측이 ‘민방 특혜설’을 먼저 보도한 여러 매체들을 제쳐놓고 이 보도들을 사후 정리한 만을 고소한 데 대해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중 가장 일반적인 시각은 ‘서울방송이 이 보도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하려 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고소 사건으로 ‘민방 특혜설’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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