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이 공방 속 '허인회 진실' 오리무중
  • 成耆英 기자 ()
  • 승인 1995.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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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 간첩 접촉 혐의로 구속된 허인회씨 “만난 일조차 없다”
‘불고지’라는 악령이 또 한번 정치권을 휘감고 있다. 전대협 1기 의장인 이인영, 미국 문화원 농성 사건을 주도했던 함운경, 삼민투 위원장 출신으로 국민회의에 공천 신청까지 내놓은 허인회 씨 등 80년대 학생운동 지도자들은 지금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제10조)라는 ‘덫’에 걸려 있다.

이들은 모두 지난 10월 부여에서 검거된 남파 간첩 김동식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김을 만나고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줄줄이 구속 수감됐다. 이인영씨와 함운경씨는 김이 간첩인 것을 모르고 만난 점은 시인하였으나 허인회씨는 김을 만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허씨는 자신의 피의 사실에 대한 알리바이를 조목조목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아래 인터뷰 기사 및 도표 참조).

허씨는 지난 11월8일 구속돼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허씨에 대한 구속적부심은 기각됐고, 다음주 중 검찰에 의해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김동식과 전화로 통화한 일조차 없으며, 모든 것을 공안기관이 조작했다며 김동식과의 대질 신문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검찰이 주장하는 피의 사실에 따르면, 그는 지난 9월16일 전화를 걸고 찾아온 김동식을 만나(당시 김은 ‘목포에서 전자상을 하는 박광선인데 사업차 만나고 싶다’고 허인회씨에게 접근했다고 함) 식사를 같이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인영·함운경 씨와 달리 두 번이나 김동식을 만났고, 북에서 쓰는 용어들을 구사하면서 김동식이 실제 남파된 연락원인지 아닌지 시험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허인회씨는 이 모든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부여 무장 간첩 사건이 일어난 후 구속된 재야 인사는 이들뿐만이 아니다. 박충렬(전국연합 사무차장)·김태년(성남 미래청년회 준비위원장) 씨도 지난 11월15일 안기부에 의해 구속 수감되었다. 이들에게는 허인회씨 등과 달리 ‘90년 성명 불상의 간첩을 만나 사업 방향을 논의했다’는 회합·통신죄를 적용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혐의도 김동식의 간접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을 뿐 구체적 증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허인회씨를 만나 꼬리곰탕에 술까지 함께 마셨다는 김동식. 모든 것이 조작이며 자신과 국민회의에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허인회씨. 이 사건의 진실이 어떻게 밝혀지느냐에 따라 어느 한쪽은 막대한 상처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 공소 제기를 앞두고 허씨측이 제시한 알리바이에 대해 검찰이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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