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비, YS 개각 초읽기
  • 崔 進 기자 ()
  • 승인 1995.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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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위해 ‘혁명적 변화’ 추구할 듯…TK·호남 인사 중용설도
일발 필도. 마지막 한 방이 대세를 가름한다. 김영삼 대통령이 연말 정국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여야 판세와 새해 정국의 흐름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금 김대통령이 노리고 있는 결정적인 한 방은 청와대와 당정의 진용을 가히 혁명적으로 새롭게 짜는 인적 개편이다.

‘혈연·지연·학연을 완전히 뛰어넘는 그랜드 플랜’‘나라의 틀을 바꿀 정도의 인적 개혁’. 김대통령의 인적 개편 구도를 점치는 청와대 참모들의 얘기다. 이들은 YS의 이번 인사에서 파격성과 의외성만을 주무기로 삼은 과거의 깜짝쇼와는 달리 역사성까지 가미한 ‘대작’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게다가 넉 달 앞으로 성큼 다가온 총선은 YS의 한 방을 재촉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도 이번 개편이 ‘총선용’이라는 점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민주계면서 민주계 냄새 없어야

청와대와 내각 개편의 폭은, 수석 비서관이나 장관 가운데 총선 출마 예상자들이 많아 대폭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석 비서관 10명 가운데 6명 정도가 총선이나 입각을 통해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한승수 비서실장과 한이헌 경제·홍인길 총무·김석우 의전 수석은 총선 출마자로, 김영수 민정·유종하 외교안보·최양부 농수산 수석은 입각 대상자로 거명되고 있다. 청와대의 경우 YS의 얼굴이자 개혁의 산실인 만큼 옛 정권 사람이 중용될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YS가 선호하는 사람은 민주계이면서도 민주계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 테크너크랫이라고 참모들은 말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국정 전반을 다루는 권력의 핵인 만큼 경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나오는 것이 ‘때묻지 않는 5,6공 인맥’을 중용하는 방안이다. 최병렬씨나 최창윤씨 중용설이 끊임없이 나도는 것도 이들이 5,6공 출신이면서도 비교적 문민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상도동 색깔이 짙은’ 민주계 인사가 다수 진출하는 구도는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PK 정권’이라는 말이 나도는 터에 권부의 중심부에까지 지역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 봐야 총선에 백해무익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실 민주계 인맥이 더 이상 충원되지 않더라도 청와대의 YS 친위 체제는 끄떡없다. 청와대를 사실상 움직이다시피 하는 정무수석실을 민주계 실세인 이원종 수석이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의 허리인 1급 이하 중·하위 요직에도 민주계가 다수 포진해 있다.

내각 역시 중간 폭 이상으로 구도가 잡혀 있는 상태다. 총선 출마가 확실해 보이는 국무위원만 해도 홍재형 경제부총리, 김용태 내무· 최인기 농수산부장관 등 최소한 6명은 넘는다.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22명 가운데 4분의 3 이상은 교체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가 슬쩍 흘렸듯이, 이번 내각은 연고주의와 인맥을 초월하는 거국내각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다. 우선 동요하는 민정계를 무마하기 위해 대구·경북 출신을 과감히 등용하는 탕평책을 쓰리라는 관측이 많다. 물론 이때도 전두환·노태우 씨와 관계가 깊은 ‘청산 대상자’만큼은 제외될 것이 분명하다. 내각에도 민주계 실세들이 대거 진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상도동 실세들은 총선을 눈앞에 두고 자기 앞가림하기도 힘든 처지이고, TK의 불만이 극에 달한 현 상황에서 민주계가 전면에 나서 봐야 득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YS가 5·18 특별법 카드를 수용하고 최근 지역할거주의 타파를 자주 거론해 온 점을 들어 호남 출신 내각 중용설도 나돌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5·18 카드와 호남 출신 기용설을 ‘DJ에게 일대 타격을 가한 후 닥칠 호남 사람들의 충격과 허탈감을 달래기 위한 수순’으로 보려는 시각도 있다. 세대 교체 카드 또한 YS 인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폭발적인 상수다. 40대 젊은 장관 2~3명을 파격으로 기용하리라는 전망은 이미 정설로 굳어진 분위기이다.

그러나 YS의 구상대로 인적 개편 작업이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총선과 국면 전환을 지나치게 의식한 인사는 무리수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다. 여권의 가용 인력에도 한계가 있다. 청와대 한 참모의 말은 YS가 겪는 고민의 한 자락을 보여준다. “세대 교체도 좋고 탕평책도 좋다. 그러나 인재는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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