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강남 가는 제비의 ‘귀성 행렬’
  • 제주·丁喜相 기자 ()
  • 승인 1998.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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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봄에는‘희망’ 물고 오려나
바람이 불면서 강남길을 재촉하던 제비떼가 제주도에 들러 잠시 쉬고 있다.

제비는 해마다 4월이면 한국을 찾아와 농촌 민가에 둥지를 틀고, 여름 내내 우리네 정서에 가장 친근하게 자리잡은 철새이다. 올해는 유례 없는 경제난으로 시름에 잠긴 한국인들의 틈새에서 한 해 농사를 끝마치고 떠나는 길이다.

육지에서 백로(9월7일)를 전후해 강남길을 떠난 제비떼는 한반도 남쪽 끝자락 제주도에서 아쉬움을 달래기라도 하듯 9월 하순까지 머무르다 간다. 땅거미가 내릴 무렵이면 하나둘씩 전깃줄에 모여드는 제주도의 제비떼는 어둠이 깔리면서 인근 전선에 빽빽이 올라앉아 장관을 이룬다. 이들이 가게 될 곳은 태국·말레이시아 등 한국에서 3천∼4천㎞ 떨어진 나라들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이들이 오가는 나라는 거의 예외 없이 경제가 침체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난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한가위 명절을 맞아 귀성 행렬이 이어지는 시기에 때맞춰 제비들도 머나먼 강남길에 올라, 다가드는 친근함이 예사롭지 않다.

이렇게 떠난 제비떼는 내년 3월 중순이면 다시 제주를 거쳐 4월에는 한반도 곳곳에 봄의 전령이 되어 찾아든다.

강남 가는 제비가 내년 봄에 온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 줄 박씨를 듬뿍 물고 돌아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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