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자씨 "내 인터뷰 일부 와전됐다"
  • 남문희 기자(bulgot@e-sisa.co.kr) ()
  • 승인 2000.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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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자씨, <시사저널>에 해명 글 보내와… “10월 이전 답방 불가능 발언은 와전된 것”
재미 언론인 문명자씨(71)가 자신의 인터뷰 기사로 빚어진 혼란을 해명하는 글을 <시사저널>에 보내왔다. 문씨의 이 글은, 일본 교도통신과 국내의 <대한매일>에 실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인터뷰 기사 중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직접 해명해 달라는 <시사저널>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지난 7월11일자 일본 교도통신으로부터 타전된 문씨의 김위원장 인터뷰 기사는 몇몇 부분에서 매우 센세이셔널했다. 특히 서울 답방 시기와 관련해 김위원장이 ‘10월까지는 불가능하다’고 발언했다는 대목과, ‘김용순 아태평화위 위원장과 인민군 고위 관계자 2명 등 고위급 특사를 조만간 미국에 파견하겠다’고 한 대목은 국가 최고 지도자의 발언치고는 지나치게 구체적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또한 ‘김대통령이 경비상의 이유를 들어 서울 대신 제주도를 제안했으나… (이를) 거절했다’는 대목에서는 앞뒤 문맥이 거두절미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은 거의 비슷한 인터뷰 기사를 하루 늦게 내보낸 <대한매일>측이 기사를 통해 교도통신 기사의 일부 내용을 오보라고 지적하고 나서면서부터다. 또한 청와대측도 논평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이 김위원장에게 제주 답방을 제안했다는 일부 외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라고 해명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교도통신은 이런 지적들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지국의 한 관계자는 “교도통신은 문명자씨와 10년 넘게 신뢰를 쌓아왔다. 교도통신이 문씨의 기사를 왜곡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라며 펄쩍 뛰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교도통신은 문씨가 직접 작성해 넘겨준 영문판 인터뷰 기사를 기초로 하여 기사를 작성했다고 한다.

건강 나빠 구술로 기사 작성한 탓

문씨가 <시사저널>에 보내온 A4 용지 한 장 짜리 해명 글을 보면, 문제가 된 발언 부분이 김위원장의 말이 아닌 것은 틀림 없는 것 같다. 이 글의 머리말에서 문씨는 ‘내·외신 보도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과 나의 관측이 혼동되어 보도된 측면이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서울 방문 시기에 대해 ‘5대 공동선언의 진척 과정을 보면서 결정할 것입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최소한 10월까지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것은 나의 관측입니다. 나는 이번 방북에서 올해의 노동당 창건 55주년 기념행사가 대단히 클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농번기로 접어들었고, 김위원장이 현지 지도 일정 등으로 대단히 분주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같은 북의 내부 일정으로 인해 10월까지는 서울 방문이 어렵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대미 특사 파견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국에서 페리가 특사로 왔었으니까 우리 차례가 되었다. 곧 고위급에서 대표를 파견할 것이다’라고 발언했습니다. 북측의 고위급 대표가 김용순 아태평화위위원장일 것이라는 것은 그간의 조·미 협상 역사와 현안 문제에 기초한 나의 관측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주도 방문 문제에 대해 한 발언은 ‘김대통령이 나에게 제주도는 풍광이 매우 좋은 곳이다. 한번 오시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나의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 중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서울의 군중들과 만나기를 원한다’라는 발언도 했습니다. 그런데 두 발언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교도통신의 보도 내용 중 몇몇 부분은 김위원장의 말이 아니라 문씨 개인의 판단과 견해였던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교도통신에 영문판 기사를 넘겼다는 점에 대해서는 문씨도 시인하고 있다. 문제는 그 영문판 원고에 있었다. 올해 71세 고령인 데다가 고혈압 등 지병으로 직접 기사를 작성하기 어려운 문씨가 일본 현지의 아무개 씨에게 구술해 기사를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의 말과 김위원장의 말이 뒤섞이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미국 ‘US 아시아 뉴스서비스’사의 주필인 문씨는 김일성 주석을 두 차례 인터뷰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은 재미 언론인. 몇 년간 공들인 끝에 김정일 위원장을 최초로 인터뷰한 기자라는 영예를 안게 되었으나 본의 아니게 혼란이 야기되자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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