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치이고 종교에 빠진 이명박 시장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4.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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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시장, 무리한 버스운행 개편·서울 봉헌사로 여론 ‘뭇매’
심시티(simcity)라는 오락 게임이 있다. 플레이어가 가상 도시의 시장이 되어 도로와 건물을 짓고 도시를 경영하는 시뮬레이션이다. 최근 이 심시티라는 이름이 이명박 서울시장을 비판하는 데 쓰이고 있다. 마치 오락 게임을 하듯이 여기저기 공사를 남발하는 시장의 가벼운 행태가 심시티 게임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심시티 시장’이라는 별명을 붙인 것이다.

한 해커가 7월2일 서울시 홈페이지에 침입해 가짜 설문조사를 올렸는데, 설문 중에는 ‘심시티 2004 인 서울’의 전체적인 평가를 묻는 항목이 있어 실소를 자아냈다. 7월1일 단행된 서울시 버스운행 개편을 비판한 것이다. 이 가짜 설문조사에 시민 만여 명이 답해 대부분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 7월1일 서울 시민들은 예전보다 늦어진 출근 시간 때문에 분통을 터뜨렸다. 교통 카드를 읽지 못하는 기계 때문에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강남대로에서는 승용차는 쌩쌩 달리는 데 반해 버스전용차로 위 버스만 기차처럼 줄 서 있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시장 취임 2주년 되는 7월1일 집착하더니…

버스 대란의 원인은 7월1일이라는 목표일에 맞추어 무리하게 개통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기자는 서울시 관계자에게 ‘시간이 촉박한데 왜 꼭 7월1일 개통을 고집하는가’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솔직히 연기하자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은데”라고 답하다 말을 얼버무렸다. 7월1일은 이명박 시장 취임 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사태가 악화하자 이시장은 7월4일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하이서울페스티발 때까지만 해도 이명박 시장은 기세 등등했다. 5월9일 그가 앙드레 김이 만든 곤룡포를 입고 패션쇼에 나섰을 때 호사가들은 차기 대권주자의 꿈을 표현한 것이라고 평할 정도였다. 하지만 두 달 만에 그는 커다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버스 대란이 ‘심시티 내공’이라고 불리는 이명박 시장의 행정 실패를 보여주었다면, 뒤이어 불거진 ‘서울 봉헌론’ 파문은 이시장의 종교적 중립성에 대한 신뢰를 잃게 했다.

지난 5월30일 이명박 시장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청년·학생 연합 기도회’에 참석했다. 이시장은 이 기도회에서 “서울 기독 청년들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라는 봉헌서를 낭독했다.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봉헌사 내용은 한 달 이 지난 7월1일 녹화 화면과 함께 공개되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불교 신자들은 7월5일 서울시청 앞에서 시위하면서 공개 사과를 하지 않으면 교단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반발했다. 대한불교조계종과 종교평화위원회는 물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같은 개신교 단체도 이시장의 경솔함을 질타했다. 기도회 주최측은 “이시장은 주최측이 작성한 봉헌사를 그냥 읽은 것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봉헌사 밑에는 ‘서울특별시장 이명박 장로’라는 직함이 따로 적혀 있으며, 봉헌사 왼쪽에는 서울시 고유 마크가 찍혀 있었다.

이명박 시장의 신앙심은 오래 전부터 유명했다. 문제가 된 기도회에 이명박 시장은 지난해에도 참석했다. 이명박 시장은 서울 소망교회 장로이며,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도 역시 소망교회 장로다.

오락게임 심시티에서는 플레이어가 도시 경영을 잘못해 여론이 나빠지면 시장 자리에서 자동으로 쫓겨나게 된다. 이명박 시장은 오락 게임과 현실은 다르다는 데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인터넷에서 이번 버스 운행 개편을 풍자하는 안티 버스송(12, 98쪽 기사 참조)이 퍼지고 ‘이명박 서울시장 국민 소환운동’ 카페 회원이 3일 만에 8천명을 넘어서는 등 여론은 악화일로이지만, 현행 법으로는 임기중 시장 소환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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