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에서 ‘공단’까지 남북 경협 사업 ‘총정리’
  • 崔寧宰 기자 ()
  • 승인 1998.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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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개발 포함, 9개 청사진 추진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 일행이 풀어 놓은 보따리에는 금강산 관광 이외에도 9개의 남북 경협 사업이 들어 있다.

먼저 금강산 관광 사업 계획. 이번 달 일정은 11월5일까지 관광객을 모은 뒤 추첨으로 출발 날짜를 확정하고 11월18일 첫 배를 띄운다는 것이다. 기간은 당분간 4박5일을 유지하되, 장기적으로 하루부터 열흘짜리까지 다양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현대는 2005년 3월까지 금강산에 독점적으로 관광 시설을 짓는 사업권을 따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측은 이 지역에서 △모든 세금·관세 및 부과금 면제 △외화 직접 거래와 반출입 및 송금 보장 △유선 통신 설치와 이용 △현대 관련 기업 설립, 보험·은행·의료 봉사와 관련한 물자 및 상품 수출입 등 특혜 사항을 보장받았다고 덧붙였다. 금강산을 일종의 관광 특구로 개발하는 셈이다.

평양에 화력발전소 건설

현대는 이같은 독점 이용권과 특혜를 보장받는 대가로 북한측에 2004년까지 6년간 9억6백만 달러를 매달 나누어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관광객이 많든 적든 한 해에 50만명 선으로 보고 앞으로 6년 동안 1인당 입장료 3백달러를 보장한 금액이다. 따라서 현대는 한 해에 50만명 이상을 모은다면 문제가 없으나 이보다 적을 경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현대가 준비한 현대 금강호의 승객 정원은 1천3백50명이다. 이 배를 1년 3백65일 꽉 채워 운행해야 50만명 선을 채울 수 있다.

한편 금강산 하루 관광을 추진하고 있던 금강산국제그룹은 ‘10월29일에 북한 아태평화위원회가 현대와의 계약과 관계 없이 금강산국제그룹과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팩시밀리를 보내 왔다’며 계속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통일부는 현재 과당 경쟁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금강산국제그룹의 ‘대북 사업자 승인’을 미루고 있다. 금강산을 개발하는 데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여러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 일단 기선을 잡은 현대측과 금강산국제그룹 같은 기업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다음은 공단 개발 사업이다. 90년대 초반부터 국내 기업들은 나진·선봉과 남포 등 북한 여러 곳을 두드렸으나 성과를 낸 사업이 거의 없다. 그러나 현대가 하겠다는 공단 조성 사업은 기존 남북 경협 사업과 견줄 때 규모와 위치 면에서도 차원이 다르고 김정일이 보장했기 때문에 현실성도 높다. 구체적인 지점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현대측은 물자와 사람 왕래가 편리한 서해안 쪽을 공단 위치로 북측에 요청했다. 이 곳에 땅 2천만평을 얻어 1차 연도에 30만평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8백만평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공단에 들어설 수 있는 유망 업종은 노동 집약적인 경공업 제품과 한국에서 만들기에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 북한에서 원료를 조달하기 쉬운 제품이 될 것 같다. 평양에 실내 체육관을 짓는 사업은 남쪽이 설계·특수 분야 시공·기술·감리를 맡고 북쪽이 자재와 인력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평양에 10만kW급 화력발전소를 짓고 자동차 조립 공장과 자동차 라디오 조립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도 있다. 현대는 자동차 라디오 조립 공장(연 24만대)은 실무 협의를 거쳤기 때문에 빠른 시일 안에 성사될 것 같으나, 화력발전소는 지불 보증이 확보되었을 때, 자동차 조립 공장은 시장 수출 할당과 관세 문제를 해결했을 때 가능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밖에도 20만t 규모의 선박 수리 조선소 건설(원산), 광천수 개발, 통신 사업, 투르크메니스탄과 리비아 같은 제3국 공사에 북한과 공동 진출하는 계획이 있다. 물론 현대의 경협 사업 가운데 가장 덩지가 큰 사업은 북한산 석유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가 풀어놓은 보따리는 남북한이 진행한 경협 사업 집약판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다. 성사만 된다면 남북한 경협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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