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석 정운찬, 재경부장관 김종인"
  • 이숙이 기자 (sookyi@e-sisa.co.kr)
  • 승인 2001.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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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33인이 추천하는 '경제 드림팀'

사진설명 '꿈의 조합' : 차기 경제 드림팀으로 추정된 김종인 전 경제수석(왼쪽)과 정운찬 서울대 교수.

"경제수석 정운찬, 재경부장관 김종인!" 경제전문가 33인이 강력히 추천하는 차기 경제 드림팀이다.

민주당 권노갑 최고위원이 2선으로 후퇴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 쇄신책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자, 국민의 눈길은 차기 경제팀에 쏠리고 있다. 민주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는 당내 관심사에 불과하지만, 누가 경제 사령관이 되느냐는 전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이기호 경제수석은 교체 0순위에 올라 있다. 부실 금고 발언으로 만회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탓이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책임을 통감한다"라고 해 마음을 비웠음을 드러냈다.


33%가 정운찬·김종인 추천

재경부장관의 거취가 결정될 개각은 2월 이후로 유보되는 분위기다. 청와대 내부에서 각분야 구조 조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뒤 개각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진 념 장관 유임설과 교체설이 엇갈리는 가운데, DJ 측근들은 마땅한 대안이 있느냐가 진장관 교체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리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를 믿고 맡길 인물로 누가 적임일까? 이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시사저널>은 학계·업계 전문가 33인(오른쪽 명단 참조)에게 경제수석과 재경부장관감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숨은 진주는 없는지, 널리 인재를 구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 결과 11명이 정운찬 서울대 교수를 경제수석으로, 역시 11명이 김종인 전 경제수석을 재경부장관에 추천했다. 정·김을 한 팀으로 추천한 사람도 5명이나 되었다.

정운찬 교수는 학문적 깊이와 비판적 시각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 추천인은 "장기적 안목과 비전을 갖춘 인물이다. 재벌에 발목 잡히지 않고, 관료들과 이리저리 얽히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제안을 그가 극구 고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 정부는 그에게 여러 차례 한은총재·경제수석 자리를 제의한 적이 있지만 그는 아직 연구할 것이 많다며 번번이 거절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에서는 '책임질 일은 안하고 밖에서 비판만 한다'고 비난하는 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이런 정교수의 태도를 놓고 '평론가가 소설 잘 쓰기는 어렵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그를 추천하는 사람들은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나라가위기인데 무슨 초야 타령인가'라며 한번 해 보라고 주문한다.


"결단력 있는 깡패가 필요한 때"

김종인 전 수석은 개혁성과 과감한 집행력이 주된 추천 사유다. 한 추천인은 "김씨는 경제수석 시절 비업무용 부동산을 다 처분하도록 해 재벌들을 꼼짝 못하게 했고, 그 이후에도 경제 공부를 계속했다. 재벌과 공공부문 개혁의 적임자다"라고 적극 천거했다. 다른 추천인은 "김씨는 무엇을 해야 하고 안해야 할지 분명히 아는 사람이다. 지금은 결단력 있는 '깡패'가 필요하지 요모조모 따지는 선비가 필요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6공에 몸 담았고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점이 흠으로 지적된다. 재계가 기를 쓰고 그를 반대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인지 그는 지난 8월 개각 때도 재경부장관 후보에 마지막까지 남았다가 좌절했다.

정운찬·김종인 커플로 경제팀 진용을 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드는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개혁 성향을 가진 사람이 동시에 들어가야 그나마 힘을 쓸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엇보다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는다는 점이다.

아닌게 아니라 두 사람은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정씨가 서울대 교수들의 개헌서명운동을 주도하다 해직될 위기에 처하자 당시 여당 의원이던 김씨가 구명운동을 펼쳐 인연을 맺었다. 그후 정씨가 젊은 교수들의 토론 모임에 김씨를 자주 초청하면서 10년 넘게 호흡을 맞추어 왔다. '김씨와 개혁에 대한 의견이 잘 통한다'는 정씨는, 청와대로부터 입각 후보 추천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김씨를 적극 천거했고, 이번 <시사저널> 조사에서도 김씨를 장관에 추천했다.


이헌재·조 순 씨도 물망에 올라

그밖에도, 경제수석으로는 이진순 한국개발연구원장,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 장승우 금융통화위원, 정덕구 전 산자부장관, 김일섭 한국회계연구원장, 김광두·최운열 서강대 교수, 이정재 재경부 차관, 김기환 전 대사, 참여연대 장하성 교수가 거론되었다. 이진순 원장은 DJ의 경제 철학을 잘 알고 관료들의 문제점을 많이 연구했다는 점이, 이헌재 전 장관과 장승우 위원은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묵묵히 맡은 일을 잘 처리한다는 점이 추천 사유였다.

재경부장관으로는 이헌재 전 장관을 다시 쓰자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으며, 사공일 전 장관, 조 순 전 총리, 최종찬 전 기획원 차관, 김정태 주택은행장, 노성태 한국경제신문 주필도 추천되었다. 재계에서는 남덕우·사공일·박영철 등 전직 경제 관료를 추천하기도 했지만, 학계와 시장 전문가들은 현 경제 위기를 만든 주범이라는 점을 들어 거부감을 나타냈다.

김근태·김원길·한승수 같은 정치인을 적극 발탁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는 '책임 정치'를 위해 정치인 장관을 대거 입각시키자는 주장과도 맥을 같이한다.


유임론·외국인수입론도 제기

주목할 만한 대목은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 스티글리츠 스탠퍼드 대학 교수 같은 외국인을 재무장관으로 수입하자는 주장이 몇몇 전문가 입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간부는 "원칙에 철저하고, 정실에 치우치지 않으며 구조 조정 등을 경험한 외국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 보자"라고 주문했다. 그만큼 정부의 경제 정책과 인재 풀에 냉소적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진념체제를 고수하자는 주장도 적지 않다. '시스템이 문제지, 사람을 바꾼다고 능사가 아니다' '너무 자주 바꾸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는 것이 유임론자들의 논리다. 하지만 전문가 절반 이상이 '취임 전부터 지적된 진장관의 비개혁성이 여전히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며 교체하자고 적극 주장했다.

이렇듯 추천하는 인물은 각양각색이지만,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요구하는 차기 경제팀의 필수 자질이 있다. 사심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이 사람 저 사람 눈치 보고, 다음 자리에 연연하다가는 또다시 경제를 나락에 빠뜨리고 말 것이라는 경고가 깔려 있다.


● 경제수석·재경부장관감 추천한 33인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권영준 경희대 교수
김광두 서강대 교수
김 균 고려대 교수
김방희 경제평론가
김탄일 호라이즌 캐피탈 대표
류동민 충남대 교수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박종협 여성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신성호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
양원근 예금보험공사 금융분석국장
오연천 서울대 교수
유승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유일호 조세연구원장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
윤석헌 한림대 교수
이근모 굿모닝증권 전무
이남우 삼성증권 상무
이만우 고려대 교수
이영기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이종환 머니투데이 수석 이코노미스트
장상환 경상대 교수
장인환 KTB 자산운용 사장
장충기 삼성구조조정본부 상무
장하성 고려대 교수
전광우 국제금융센터 소장
정운찬 서울대 교수
정태욱 현대증권 리서치본부장
최범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최운열 서강대 교수
최흥식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함성득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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