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회창 “사즉필생”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2.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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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 도입…대선 행보에 ‘전화위복’ 될 수도
"후보교체론이 불거지면 혼선이 올 수 있다. 조직이 안 움직이고 자금이 적극 지원되지 않을 수 있다.”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집단지도체제 도입 이후 부닥칠 수 있는 어려움을 이렇게 진단했다. 이회창 총재도 이 때문에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나 이총재도 권력 분산을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과 비주류의 거센 저항을 외면하지 못했다. 이총재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시대 변화를 따라가면서도 당력을 하나로 모아 대선에서 승리할 묘책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요즘 한나라당 내에서는 부쩍 1997년 대선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이총재의 한 측근 의원은 “당시 이총재는 지방에서 유세에 여념이 없었는데 이한동 대표는 특별한 일정도 없이 국회에 머무르는 등 당과 후보가 따로 놀았다는 것은 다 아는 얘기 아니냐”라고 말했다. 심지어 권기술 의원은 3월30일 당무회의에서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 대선에서 승리한 예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1971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도 당 조직이 도와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이총재측도 이런 점을 염려해 ‘안전 장치’를 해놓았다. 대표를 최고위원 9명이 호선해 뽑도록 했고, 공천권은 지구당 대의원들에게, 재정은 최고위원들의 합의에 의해 운영하게 했다. 이총재 자신이 기득권을 버리는 대신 다른 특정인도 힘을 갖지 못하도록 당의 구조를 확 바꾸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사실 당권은 일부 당직에 대한 인사권 등을 제외하면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 즉,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했지만 내용으로는 이총재가 당을 조절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총재가 껄끄럽게 여기는 최병렬 의원이 대표가 되는 것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최의원은 2000년 전당대회 부총재 경선에서 1위를 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전략가들은 집단지도체제 도입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한 핵심 당직자는 그동안 당무에 발이 묶였던 이총재가 현장을 방문하는 등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할 여건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회창 총재가 던진 승부수가 성공할 수 있느냐는 앞으로 이총재 지지율이 얼마나 회복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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